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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6 17:57 수정 : 2010.09.16 17:57

사진가 강홍구

정동석, 실체 걷어내고 여백 처리
강홍구, 사라질 풍경에 물감 덧칠
김도균, 컨테이너 초상사진 찍듯

20세기 후반 이래 사진가들은 사진이 더이상 진실을 담는 거울이 아니라는 진실 앞에 맞닥뜨리게 된다. 근대 사진의 아버지인 앨프리드 스티글리츠(1864~1946)의 유명한 명제인, 사진 자체로 사진을 말한다는 ‘스트레이트 사진’의 미학은 오래전 빛을 잃었다. 난무하는 포토샵 연출 사진들에서 보이듯 이제 사진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업의 한 방식일 뿐이다. 하지만 사진의 진실성이 사라졌다고 열정까지 사라졌을까. 여기 사진과 회화의 한계를 넘나드는 작가 3명의 근작들이 디지털 시대에도 유효한 장인의 미덕을 이야기한다.

1980년대 참여미술 동인 현실과발언에 참여했던 사진가 정동석씨의 신작(맨 위 사진)들은 대도시 건물들의 윤곽선이나 밝은 공간에서 삐져나온 점들뿐이다. 윤곽선의 내용물이 되는 대도시의 거리나 건물, 사람의 실체들을 모두 비워내고 깜깜하고 밝은 여백으로만 화면 대부분을 채웠다. 10년 전부터 건물 네온사인 선만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가득빈’이란 제목의 이번 연작에서 여백을 더욱 강조하고 선과 점들은 더욱 단순화해 불교의 선 그림처럼 만들었다. 사진 속 흑백의 여백 속에서 관객들은 도시인들의 다양한 욕망과 꿈들의 실체를 떠올리게 된다. 20일까지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1부가, 24~10월4일 2부 전시가 펼쳐진다.


사진가 정동석
도시 변두리 재개발 서민촌을 즐겨 찍어온 사진가 강홍구씨는 서민촌 풍경을 찍은 흑백사진에 물감을 덧칠한 회화적 사진(아래)들을 내놓았다. 서울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에서 10월3일까지 열리는 전시 ‘그집’(02-745-1644)은 북한산 자락, 김포 오쇠리, 세종시 사업지구인 충남 연기군에 ‘생존의 건축’으로 지은 조악한 서민 집들과 주변의 최후 풍경을 담는다. 사진 자체가 “뻔뻔하고 공식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의식한 작가는 사라진 집들에 대한 기억, 오마주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덧칠하고 여백처럼 흰 물감선을 슥 그었다. 단순한 추억록이 아니라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사진의 기만적 속성에 대한 집요한 문제의식이 뒷받침되어 있는 전시다.


사진가 김도균
독일에서 유학한 소장 사진가 김도균씨는 항구의 컨테이너 상자 사진들을 차곡차곡 쌓은 모습으로 합성해 전자오락 ‘테트리스’ 모양의 조형적 이미지 작업을 완성시켰다. (위 둘째) 서울 청담동 갤러리2의 신작전 ‘라인업’(10월3일까지, 02-3448-2112)은 아이폰의 라인업 게임에서 착안한 검은 배경 안에 수십장의 컨테이너 박스 단독 사진들을 쌓아 붙여 구성하거나, 이 박스들이 야적장에 쌓인 모습을 초상사진 찍듯 포착해 기하학적 그림처럼 만들었다. 철저한 현장 촬영으로 얻은 스트레이트 사진을 바탕으로 조형적 연출을 꾀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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