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로
|
새 앨범 ‘동백아가씨’ 낸 말로
지난해 말 어느 공연장에서 말로는 여느때처럼 노래했다. 다섯 장의 앨범을 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디바 중 하나라는 명성을 얻기까지 쌓아온 레퍼토리는 방대했다. 그중 공연 때마다 빼놓지 않는 두 곡이 있었으니 3집의 ‘봄날은 간다’와 5집의 ‘황성옛터’다. 이날도 이 두 곡을 불렀더니 역시나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한 관객이 말했다. “이런 노래들로만 음반을 낸다면 내가 몇 장이고 사겠수다.” 익숙한 전통가요에 새옷세련미 담아…내달 공연
“따라 부르는 관객에 울컥
너무 뒤늦게 다가가 죄송” 거기서 출발한 작업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동백 아가씨>라는 제목의 스페셜 앨범이다. ‘빨간 구두 아가씨’, ‘신라의 달밤’ 등 11곡의 전통가요를 재즈로 재해석하고 ‘케이-스탠더드’라는 부제를 붙였다.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를 찾아가는 여정의 첫걸음인 만큼 원곡의 멜로디는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박자와 화성에 변화를 주고 현대적인 느낌을 담아 새롭게 편곡했다. ‘동백 아가씨’는 4분의 5박자 변박으로, ‘서울야곡’은 차차차 리듬으로, ‘목포의 눈물’은 국악의 자진모리와 닮은 아프로큐반 리듬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원래 제 노래는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바꿔 부르는 재즈의 속성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동백 아가씨’ 같은 곡을 부르면 나이 지긋한 관객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흥얼흥얼 따라 불러요.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말로가 예전에 노래할 때는 한국 관객과 미국 관객의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이태원 재즈 클럽의 미국 관객들은 소리를 질러가며 진심으로 즐기는 데 반해, 한국 관객은 즐기기보다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며 관찰하고 구경하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국인인 내가 한국에서 노래하는데 한국 관객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 끝에 우리말 가사를 입힌 재즈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만든 3집 <벚꽃 지다>와 4집 <지금, 너에게로>는 가장 한국적인 재즈 앨범이라는 평을 듣는다. “3집과 4집 곡들을 부른다고 해서 한국 관객이 미국 관객 같은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교감하고 소통하는 기분은 들었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처럼 소리 지르고 박수 치며 즐기는 게 바로 이번 스페셜 앨범이에요. 그동안 문화에서 소외돼온 중장년층 관객분들이 더 좋아하세요. 그분들께 너무 늦게 다가간 게 아닐까, 미안한 마음에 ‘동백 아가씨’를 부르면서 세번 정도 울었죠.” 재즈 애호가뿐 아니라 주옥같은 우리 옛노래의 부활을 반기는 갑남을녀들의 입소문을 타서인지 말로의 이번 앨범은 발매한 지 열흘도 안 돼 주요 음반매장 판매순위 5위 안에 들었다. 투애니원, 보아 등의 앨범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말로는 다음달 12일 저녁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새 음반 발매 기념공연을 한다. 이번 앨범 수록곡 ‘하얀 나비’에 참여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도 특별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재즈를 알든 모르든 간에 많이들 오셨으면 해요. 처음에는 익숙한 멜로디만 들리겠지만, 점차 멜로디 이외의 것들도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가면서 재즈를 가깝게 느끼게 됐으면 좋겠고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 도시 말고 작은 도시에서도 공연할 기회가 많이 생겨서 재즈가 고상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듣는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02)3274-860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제이엔에이치뮤직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