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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29 18:09 수정 : 2010.09.29 21:50

명계남·여균동·탁현민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 공연

캐릭터 독특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개성파 배우 명계남(58·사진 왼쪽)씨와 영화감독 여균동(52·오른쪽)씨가 의기투합했다. 영화판에서 오랜 인연을 맺어온 두 사람, 그런데 이번엔 영화가 아니라 연극이란다. 그것도 관객이 먼저 본 다음 마음에 들면 관람료를 나중에 내는 ‘후불제’ 연극이다.

기획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와 4대강 반대 콘서트 등으로 유명한 이벤트 기획자 탁현민(37·성공회대 겸임교수)씨. 세 사람이 한데 모였다면 어떤 주제의 연극일지 얼추 예상된다.

새달 한달 홍대앞 예극장서

탈상식의 통치·유권자 조롱

1일부터 한달 동안 서울 홍대 앞 예극장에서 공연하는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이다. 여씨는 연출가 겸 조연배우, 명씨는 주연배우를 맡았다. 명씨는 2006년 <콘트라베이스> 이후 4년 만이지만 여 감독에겐 첫 연극 연출 도전이다. 세 사람 모두 정치적인 지향점이 뚜렷한 만큼 이번 도전작품도 정치풍자극이다.

“화가 났어요. 전 상식적 독재나 상식적 통치라면 그래도 조금 괜찮았을 텐데 이것은 탈상식적인 통치여요. 부끄러움에도 등급이 있다면 이건 정말 최악의 부끄러운 정권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과연 건강하게 사는 법은 뭘지 생각해보니까 선전극이었어요.”(여균동)

“연습하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연극이 하려는 이야기는 실제 제 속에서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니까요. 여 감독이 쓰고 제가 뱉는 대사가 입에서 나올 때마다 저를 건드려요. 제가 똥배우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굉장히 고통스러운 거죠.”(명계남)


영화 대신 연극을 고른 것도 두 사람이 하려는 이야기를 좀더 빨리 알리고 싶어서였다. 영화로 만드는데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여씨는 “2012년이 2년반 밖에 남지 않았는데 영화 한답시고 농사꾼같이 1년을 보내다간 화병 때문에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은 ‘코르마’라는 가상 나라의 통치자 ‘아르피무히 마쿠’가 동물 연쇄 살해범으로 재판을 받아 처형당하기 직전 독재에 대해 독백하는 것을 배우와 연출가가 연극으로 꾸미는 과정을 그린 정치풍자 우화극이다. 작품 제목은 중국의 문호 루쉰이 중국인들의 우매함을 꾸짖는 소설 <아큐정전>에서 따왔다.

“독재자도 조롱의 대상이 되지만 그 조롱하는 손끝을 돌리면 우리 스스로도 아큐가 아닌가라는 중의적인 느낌을 표현하려는 겁니다.” 여씨의 설명이다. “최근 2년 정도 동안 이명박 정권의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모든 형용사를 동원해도 도저히 해명할 수 없는 그런 것 속에 아큐의 모습이 있어요. 그리고 동시에 우리 스스로도 우리만의 승리법에 도취되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독재를 만들어낸 것도 우리니까요.”

트위터 의견 실시간 극 반영
“관람 먼저, 입장료 나중에”

연극 무대는 처음이지만 영화에선 두 사람이 이미 두 차례 함께 작업을 했다. 여씨의 감독 데뷔작 <세상 밖으로>와 제작자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에 명씨가 출연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많이 다툰다고 기획자 탁현민씨가 귀띔했다.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서로 의견을 거침없이 주고받는다. 여 감독이 “정치풍자 우화극이어서 중의적 어법을 많이 쓰는 문제로 많이 부딪치는 편”이라고 털어놓자 명씨가 바로 “왜 우화로 가냐, 그러면 재미가 없다. 예술도 안 되고 진정한 프로파간다도 안 된다. 바로 가야지”라고 쪼아댔다.

“처음부터 제목 가지고 시비를 거는 거여요. 노골적으로 ‘삽과 쥐’로 하자는 거여요.”(여균동)

“좋지 않아요? 동의를 하면서도 그런데 안 받아들이는 거여요. 결국 제가 포기를 했습니다.”(명계남)

여씨는 “나이 어린 제가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참고 있다”며 “요즘 이를 갈고 잔다”고 웃었다.

이번 연극은 공연중 트위터로 들어오는 관객 의견을 실시간으로 극에 반영하는 새로운 시도도 한다. 주연 명씨는 연극에서 독재자, 실제 배우, 명계남이란 역사적 인물, 이명박 대통령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넘나들며 ‘모노 드라마’를 펼친다. 이 극을 통해 두 사람이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이다. “연극을 보고 나서 왜 분노하지 않나를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권이 끝난다고 모든 것이 다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뒤에도 우리는 이 문제를 안고 갈 것입니다. 통치하지 않는 통치자들, 드러나지 않는 통치자들에게 정권은 그들의 고용직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명씨의 말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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