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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08 09:46 수정 : 2010.10.08 09:54

키스 재럿 트리오

[리뷰] 키스 재럿 트리오 내한공연

재즈 팬이라면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키스 재럿 트리오 라이브 공연 직접 보기다. 이를 위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기다린 이들이 6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모였다.

짙은 붉은색 셔츠와 귀여운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오른 키스 재럿은 1983년에 출발한 ‘스탠더드 트리오’의 또다른 꼭짓점인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드러머 잭 디조넷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색다른 도입부를 과감하게 적용하는 이들의 장기는 첫곡 ‘올 오브 유’에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이어 ‘보디 앤드 솔’, ‘마이 십’, ‘싱스 에인트 왓 데이 유스드 투 비’, ‘브로드웨이 블루스’ 등을 집중력 있게 소화했다. 공연 뒤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멋진 연주로 꼽은 곡은 본공연 마지막 곡 ‘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질리’이다. 키스 재럿의 손끝이 건반에 닿을 때마다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지는 음은 가슴을 타고 들어와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곡마다 차고 넘치는 감성과 현란한 테크닉, 3명의 인터플레이는 공연 내내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키스 재럿의 트레이드마크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과 즉흥연주에 몰입할 때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는 그 자체로 공연의 하나가 됐다.

게리 피콕의 베이스 연주도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70대 중반인 그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그야말로 기우로 돌려세우며 빠르고 민첩한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키스 재럿과 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솔로 라인은 지금이 전성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자리가 마침 게리 피콕 앞이어서 유심히 봤는데, 곡이 끝날 때마다 키스 재럿을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눈짓과 웃음에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잭 디조넷도 스틱, 브러시, 마렛 등을 이용해 다양한 톤을 만들었고, 정평이 나 있는 섬세한 심벌 연주는 멋진 트리오 사운드에 큰 몫을 했다. 다만 드럼 소리는 공연장과 궁합이 맞지 않아서인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오래 기다린 첫 내한공연이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외사랑이 너무 깊어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 안에는 묘한 원망도 섞여 있지 않았나 싶다. 1부 6곡, 2부 4곡을 연주하는 동안 3000명의 관객은 미리 연습이나 한듯 시기적절하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 까다롭기로 유명한 키스 재럿의 취향을 완벽하게 맞춰주었다. 그 어떤 팝스타 부럽지 않은 박수와 환호성에 답하고자 이들은 앙코르로 ‘갓 블레스 더 차일드’를 연주했다.

그런데 첫번째 앙코르가 끝나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공연 전부터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누군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 것이다. 키스 재럿은 마이크를 잡고 사진을 찍은 관객에게 “저주”를 거는 멘트를 했다. 그리고는 두번째 앙코르 곡 ‘웬 아이 폴 인 러브’를 연주했다. 연주는 좋았지만, 이 사건으로 그만 아름답고 감동스러워야 할 엔딩 분위기가 가라앉고 만 게 옥에 티라면 티였다.

2년 뒤 다시 한번 이들을 무대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욕심을 더 내자면 그때는 공연 실황을 녹음해 <라이브 인 서울 2012> 앨범이 이시엠(ECM) 레이블을 통해 전세계 재즈 팬에게 선보여졌으면 한다.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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