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18 19:56
수정 : 2010.11.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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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스트루스와 2007년 작 거제 대우조선소 시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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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슈트루트 사진전
3년간 남북한 오가며 작업
콘크리트숲·철책선·조선소…
건축물 관통하는 욕망 포착
슈트루트는 사진학의 명문인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에서 개념 사진의 거장 베허 부부에게 배웠다. 철저히 작가의 주관을 거세하고 찍은 다양한 연작 사진들로 유명하다. 세계 각지 박물관의 관람 풍경을 스펙터클한 구도로 잡은 ‘미술관’ 연작, 원시적인 세계 자연 유산들을 헤집고 다닌 ‘천국’ 연작, 대상과의 긴밀한 교감 아래 찍은 ‘가족’ 연작 등으로 스타 작가가 됐다.
이번 전시 또한 올 초부터 미술판의 화제였다. 70년대 이래 뒤셀도르프, 도쿄 등 세계 곳곳의 도시를 돌며 꾸준히 진행해온 ‘도시풍경’ 연작의 최근 대상으로 한국을 점찍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2007년 이후 세 차례나 한국(북한도 방문)을 찾아와 서울과 지방을 돌며 주로 건축물과 주변 풍경에 앵글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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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 경주 월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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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작업 결과로 나온 전시 출품작들은 대부분 시선을 압도하는 건축 피사체의 스케일로 21세기 한국 사회가 품은 욕망과 정체성의 실체를 보여준다. 경남 거제 조선소의 도크에서 조립중인 석유시추선의 거대한 철주 다릿발과 여기에 묶인 채 화면 전면에 부각되는 엉킨 밧줄과 철심들, 정형화된 건축 자재들로 이뤄진 탑처럼 버티고 선 아파트 공사장과 주변 도로의 모습들은 기괴한 기념비처럼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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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 평양 북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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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찍은 듯하지만, 해부 핀셋이나 메스로 대상물을 해부하는 것 같은 그의 사진들은 필연적으로 사진 속 건축물들의 형태를 만들게 한 에너지, 정치적 욕망의 원천을 파고들게 만든다. 슈트루트가 남북한 건축물 작업에 탐닉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어느 나라보다도 사회적·정치적 욕망이 단기간 내 폭발적으로(혹은 천민적으로) 분출된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념이 인간을 지워버린 북한 평양 북서동 아파트촌과 콘크리트 군단의 행진 같은 성남 파크뷰 아파트의 모습은 서로 다르면서도 어딘가 닮아 있다.
물론 모든 작업이 살풍경 일색만은 아니다. 경주 불국사의 목련꽃이나 경주 월성동 한옥촌의 격자 담장 밑 정원, 강원도 양양의 철책선 해변 정경에서 작가는 색다른 공간감을 발견하기도 한다.
“한국의 첫인상은 밀도가 정말 높다는 거였어요. 20년 뒤엔 한국의 통일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야기도 했지요. 더 많은 건축물을 세우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막을 앞두고 지난 15일 한국 취재진과 만난 그의 말에는 야릇한 냉소가 묻어 있었다. 전시는 내년 1월9일까지. (02)2287-35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갤러리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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