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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26 09:20 수정 : 2010.11.26 09:20

(왼쪽부터) 김은경·김수진·한예진

창작오페라 ‘연서’ 여주인공 김은경·김수진·한예진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3년간의 작업 끝에 서울을 대표하는 창작오페라를 내놓았다. 오는 12월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오페라 <연서>. 세계에 문화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널리기 위해 2008년에 시작한 ‘서울대표 창작공연’사업의 결과물이다. 한양과 경성, 그리고 서울을 배경으로 200년 동안 이어온 두 남녀 도실과 아륵의 애절한 순애보를 그렸다.

 작가 겸 연출가로 연극과 뮤지컬 분야를 넘나드는 조광화씨가 극본을 쓰고, 현대음악전문연주단체인 팀프앙상블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뮤지컬과 연극 등의 극음악을 작곡해온 최우정(서울대 작곡과 교수)씨가 곡을 붙였다.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김은경(백석예술대 교수·사진 왼쪽)씨와 김수진(총신대 교수·가운데)씨, 한예진씨(오른쪽)가 여주공 ‘도실’ 역으로 캐스팅되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서양 오페라들이 많이 공연되었지만 이제는 우리 것으로 세계적인 오페라가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창작오페라를 많이 시도해야 합니다. 푸치니의 <라보엠>이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같은 명품 오페라도 그 작곡가들이 수많은 작품을 썼고 그런 과정에서 이처럼 빼어난 작품이 나왔다고 봐요.”

 지난 주말 서울 중구 신당2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마치 약속을 한 것처럼 “뜻깊은 창작오페라에 주역 배우로 참가해서 한국 성악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오페라의 한류 바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도실은 조선시대의 이름난 기생, 일본강점기의 매력적인 여성 성악가, 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로 거듭 태어나 아륵과의 긴 사랑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세 소프라노는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동한 베테랑 성악가답게 3000석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걸맞은 폭발적 가창력과 함께 연기력과 미모를 겸비한 성악가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공을 초월해 각기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도실의 연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김수진씨는 “세 가지 역할 가운데 무엇보다 기생이 가장 어렵다”면서 “조선시대 기생의 캐릭터에 걸맞은 연기나 표정에 몰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맏언니 격인 김은경씨도 “조선시대 기생은 교양과 문예를 고루 갖춘 고급스러운 여성이기 때문에 너무 천박해서도 안 되고 남자를 홀리더라도 기품이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걸음걸이 하나하나도 그런 것이 보여야 하고 표정 하나하나도 계산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어져요. 요즘은 매체에 너무 노출이 되어 있어서 저희가 어설프게 하면 ‘야, 저건 10%가 아니고 50%야’ 하는 말이 금방 나오거든요. 단 1% 안에 드는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거죠.”

 하지만, 한예진씨는 “오히려 그 역할을 즐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시대마다 캐릭터가 바뀌지만 당대 최고로 빛나는 여성을 연기한다는 매력 때문에 너무 즐겁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김수진씨와 김은경씨도 “도실의 캐릭터는 당대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조광화 작가가 자존심이 강한 여자 성악가에 맞춰서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세 사람은 또 도실이 사랑을 끝까지 믿고 죽음마저 불사할 정도로 지고 지순한 사랑이 부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3막에서 도실과 아륵이 죽음으로 이룬 사랑을 노래하는 2중창을 귀담아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만일 누구를 사랑한다면 저렇게 세 세대를 걸쳐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 도실처럼 다음 세대에는 죽어서라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라는 허황된 꿈을 꿉니다.”(김은경)

 “저는 싱글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이번 생에서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게 가능할까’라는 물음은 항상 있습니다.”(한예진)

 “어르신들이 오셔서 자기의 옛날 사랑을 생각하고, 아직 사랑을 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사랑이 이런 의미이구나!’, ‘쉽게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니라 이렇게 사랑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김수진)

 이번 작품에는 세 소프라노 외에 아륵 역을 맡은 한윤석, 최성수, 엄성화씨(테너)와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재필 역의 한경석, 박경종, 공병우씨(바리톤), 연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책방 서생역의 노희섭, 최웅조, 송형빈씨, 별감 역의 김재일, 허철수, 박정민씨 등 남자 성악가들의 가창력과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또한, 1막에서 단옷날 나들이를 나온 기생들의 의상, 2막에서 변화하는 시기에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의 옷차림과 당시 경성 거리 풍경, 3막에서 한복 패션쇼와 무용, 서울의 야경축제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총예술감독을 맡고 연출 정갑균씨, 무대 디자이너 이학순씨, 의상 디자이너 조문수씨, 음악코치 권경순씨 등 국내 오페라계에 내로라는 스태프들이 참가해 작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승한 연세대 음대 교수가 인씨엠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반주를 이끈다. (02)399-1114∼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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