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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01 08:34 수정 : 2010.12.01 08:34

연극 ‘사랑이 온다’

폭력의 대물림과 치유과정 그린 연극 ‘사랑이 온다’

폭력은 대물림한다. 특히 일찍부터 가정폭력에 노출될수록 정신적인 황폐화를 겪으면서 폭력적인 부모로 자라나기 쉽다. 실제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 7월 전국 초·중·고교생 998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폭력 가해자의 응답자 64%가 부모의 폭력을 목격했으며, 63%가량이 아동학대를 경험했다.

극단 전망이 한국의 가정폭력 후유증을 담은 연극 <사랑이 온다>(사진)를 1일부터 5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가정폭력으로 상처 입은 개인이 사회에서 타인에게 저지르는 폭력, 그로 인해 치유 받게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시간>, 관동 대학살을 소재로 한 <물의 노래> 등 우리 역사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아프게 꼬집어내는 극작가 배봉기씨의 신작으로 중견 연출가 심재찬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남성적 폭력이 가족들을 생지옥으로 몰아넣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된 폭력성을 고발한다. 더불어 그 폭력성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한다.

15년 전 아버지의 살인적인 폭력을 못 이겨 집을 나갔던 아들이 결혼을 약속한 여자 셋을 차례로 데리고 부모를 찾아온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정신적인 상처를 입고 가정폭력을 고스란히 대물림한 ‘짐승’으로 변해 있다. 그는 부모의 눈앞에서 약혼녀에게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두른다. 그는 어린 시절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에게 감나무나 옥상 쇠말뚝에 두 손을 묶여 가죽 혁대나 몽둥이로 맞았던 기억을 들려준다.

“다섯 살도 안 되었을 때부터 10년이 넘게 악마 같은 짐승 새끼를 내 속에 심었어. 집 나가 15년 동안 이 짐승 새끼와 싸웠어. 이 악마 같은 짐승 새끼를 죽이기 전에는 나 사람 새끼로 살 수 없어.”

그의 아버지가 “사내다운 놈,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놈을 만들려 한 거야” 하고 강변하자 “이 짐승 새끼는 원래 주인이 먹여 키웠기 때문에 그를 죽이기 전에는 안 죽는다”며 아버지의 죽음을 강요한다.

이 작품에서 배 작가는 한 가족을 무대에 올렸지만 한국 사회의 폭력과 고통을 함께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는 “인간의 탐욕이 결집한 전쟁이나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권력 구조로 볼 수 있는 남성 중심적 가부장의 폭력 같은 역사·사회적 맥락에서 봐야 할 폭력도 있다”고 말했다.


심 연출가도 “이들 가족의 형상은 폭력성이 오래도록 뿌리 내려져 있는 권위적인 한국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며 “우리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해소할 수 있는 의식의 시간을 가질 때”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쳐온 박경근, 길해연, 황정민, 김수현씨 등 중견배우와 신예 이소영, 이태린씨가 무대 위에 선다. (02)762-001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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