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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0 09:21 수정 : 2010.12.10 09:21

무대에서 읽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서 31일까지

‘1930년대 경성’을 무대로 하는 연극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젊은 연출가 겸 작가 성기웅씨가 구보 박태원(1909~1986)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올리고 있다. 전작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2007년), <깃븐우리절믄날>(2008년) 등에서 소설가 박태원과 천재작가 이상과의 우정과 사랑, 1930년대의 독특한 풍물을 선보여 온 데 이은 세번째 경성 이야기다.

박태원이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박태원의 분신인 젊은 소설가 구보가 어느 여름날 느지막이 집을 나서 경성거리를 하릴없이 배회하다 다음날 새벽 2시께 귀가하는 과정을 담았다. 구보가 청계천변 다옥정 7번지 공애당약국 2층에 있는 자기 집을 나와 광교로, 종로 네거리, 동대문행 전차를 타고 동대문으로, 다시 소공동과 경성역 등을 다니면서 마치 카메라의 시선으로 잡아낸 듯한 당시의 자유연애와 무성영화, 카페 등 당대 풍습과 언어가 꾸밈없이 쏟아진다. 맨머리 바람의 ‘갑빠머리’, 동그란 ‘대모테 안경’, 공책과 단장을 든 댄디보이 구보는 1934년 당시 식민지시대를 살아가는 26살 젊은 청년 예술가 박태원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시대상이 중요한 연극답게 소설 속에 나오는 구보의 산책길과 다이내믹한 전차의 움직임, 경성역, 화신상회(화신백화점), 활동사진관, 시인 이상이 경영하던 다방 제비와 낙랑파라, 당시의 모던보이와 모던걸 등 경성의 풍경을 일러스트레이션과 동영상, 활자로 이미지화한 무대 구성이 우선 눈길을 끈다. 또한 구보의 1인칭 심리기술을 살리고자 소설 속 문장을 연극 대사로 각색하지 않고 구보와 박태원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색다르게 진행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소설 속 주인공인 구보와 소설 밖 실제 인물인 박태원을 함께 등장시킨 이중구조 연출기법도 흥미롭다.

성씨는 “소설 속에서 박태원이 왜 구보를 내세웠는가를 생각했다”며 “인간이 각 상황별로 양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의식해 등장인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윤재씨가 박태원을, 오대석씨가 박태원의 분신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를 연기한다. 양동탁·이화룡·강정임·백종승 등 출연. 31일까지. (02)708-5001.

정상영 기자,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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