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6 08:37
수정 : 2010.12.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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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 ‘태싯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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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 ‘태싯 그룹’ 18~19일 공연
1952년 미국 뉴욕주 우드스톡 야외 공연장.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올라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연주하는 대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그는 정확히 4분 33초 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작품 ‘4분 33초’가 탄생한 순간이다. 당시 악보에는 ‘태싯’(TACET)이라고 적혀 있었다. ‘침묵’을 뜻하는 음악용어다.
태싯 그룹은 여기서 이름을 따온 미디어 아트 그룹이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만큼이나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전자음악 작곡가 장재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 오른쪽)와 이진원(가운데)이 2008년 결성했다. 이진원은 한국인 최초로 영국 테크노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테크노 뮤지션 가재발의 본명이다. 대중음악의 뼈대를 이루는 멜로디나 가사가 아닌 사운드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진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장 교수를 만났다. 마음이 맞은 둘은 태싯 그룹을 결성했고, 최근 전자음악 작곡가 남상원(N2·왼쪽)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 3인조가 됐다.
태싯 그룹은 18~19일 서울 역삼동 엘아이지아트홀에서 ‘태싯.퍼폼[1]’ 공연을 한다. 지난해 8월 ‘태싯.퍼폼[0]’에 이은 두번째 단독공연이다. 이들은 어렵지 않은 공연을 추구한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주얼 요소와 게임 등을 사운드와 결합한다. 컴퓨터 자판으로 한글을 타이핑을 할 때마다 각각의 자음과 모음에 조응하는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뒤섞여 즉흥 음악을 이루는 ‘훈민정악 2.0’, 테트리스 게임을 하며 블록이 쌓이는 모양대로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게임 오버 2.0’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과 미디어 아트,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이들은 정작 “예술 장르 간 경계 허물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보다는 관객과 우리 사이에 있는 경계를 허물고 싶다”고 이진원은 말했다. 한글이나 게임 같은 친근한 요소를 결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에는 아예 관객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구상중이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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