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터 람스(78)
|
회고전 여는 ‘산업디자인계 거장’ 디터 람스
정직·유용하고 환경친화적…‘좋은 디자인 10계명’ 창시자
오사카·도쿄 이어 서울 전시 “디자인은 집을 꾸미는 집사와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은 집처럼 편안함을 주죠.” 1950년대부터 세계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군림해온 디터 람스(78·사진)가 서울에 왔다. 17일부터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그의 작품전 ‘레스 앤드 모어-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을 앞두고 이 거장은 15일 낮 미술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특유의 디자인론을 달변으로 풀었다. “전시는 제 디자인 철학인 ‘적지만 더 좋게’(Less but better)란 원칙을 반영한 것이죠. 제가 보기에 제품 디자인 핵심은 대량생산과 기능성, 미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은퇴했지만, 그는 55년부터 40여년간 독일 명품 가전업체 브라운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단순명료한 미감에, 기능성에 충실한 현대 라디오·오디오 모델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독일 현대 디자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그가 80년대 주창한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은 길이길이 교과서적인 명언으로 회자된다.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세부까지 철저하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디터 람스는 “이 10계명이 학생들에겐 매우 중요하며 바꿀 게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숱한 이미지들을 놓치지 말라”는 당부도 건넸다. 그는 최근 ‘아이폰’ ‘아이패드’로 인기를 누리는 애플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에게 영감을 준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조너선”이라고 말한 디터 람스는 조너선이 그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서도 “자기 디자인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두둔했다. 전시에서는 그가 40여년 개발한 주요 명품들이 모인다. 첫 오디오 작품부터, 라디오 리시버, 만능선반 시스템 가구 등 400여점이 나왔다. 시각적 재미와 더불어 그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관과 일본 오사카 산토리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 순회전은 내년 3월20일까지 열린다. (02)720-066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대림미술관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