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2.28 08:20 수정 : 2010.12.28 08:20

유엠씨유위(UMC/UW)

자기색 분명한 ‘유엠씨유위’, 불공정사회 날카롭게 비판
“영미전통 ‘라임’ 따르기보다 우리말 살린 메시지에 집중”

이제 ‘라임’은 국내 힙합에서도 필수 요소처럼 돼버렸다. 랩을 할 때 비슷한 발음을 반복함으로써 리듬감을 살리는 기법으로, 각 구절의 끝글자를 맞추는 각운이 대표적이다. 여기, 짜여진 틀을 거부하는 래퍼가 있다. 유엠씨유위(UMC/UW)는 라임에서 자유로운 가사 쓰기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발표한 3집 <러브, 커스, 수이사이드>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한다.

그가 처음부터 라임에서 자유로웠던 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데뷔 당시 그는 여느 래퍼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라임에 맞춰 가사를 쓰고 랩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라임은 영미 시문학에서 힙합으로 전이된 것이지 힙합만의 고유 산물은 아니다. 우리 언어 문화와 상관없이 무조건 이를 받아들이는 건 문제 아닌가?’ 그가 다다른 결론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하자’였다. “라임은 단지 끝글자 하나에서 승부를 보는 게 아닙니다. 우리말답게 랩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운율감과 리듬감을 살릴 수 있어요. 저는 ‘각운’의 차원을 넘어 다른 여러 방법론을 공부하고 있어요. 글자 수를 맞춘다든가 단어의 느낌을 따진다든가 하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타령이나 사설시조 같은 작법도 많이 쓰게 됩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은 힙합신 안에서 공격을 받기도 한다. “라임이 없으면 랩도 힙합도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누구든 가사를 못 쓰겠나”라는 게 비판의 뼈대다. 하지만 그는 “한국말을 한국말처럼 하자는 걸 빼면 나도 다른 래퍼들과 다를 게 없다”며 “내용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꼿꼿이 맞선다.

유엠씨유위 랩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라도 가사를 100%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니아가 아니라 절대다수의 대중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늘 염두에 둔다”는 그는 일상의 평이한 언어로 가볍게 얘기하듯이 가사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그 안에 든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회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촌철살인의 풍자·해학이 녹아들어 있다.

“옆동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민경이가 백혈병 환자가 되어서 죽어도 아무도 몰랐다.…옆집 베트남 출신 새댁이 한국 남편에게 맞다 지쳐 죽어갈 때에도 아무도 몰랐다.…강제로 퇴거당한 1층 슈퍼의 김씨가 투신자살을 했지만 집주인이 알 바는 아니다.…그 무엇도 우리의 행복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아들내미가 군대에 갔다 자살을 했다. 난 화가 났는데 아무도 화를 안 내줬다. 신문에 안나오니까 결국 아무도 몰랐거든.”(‘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놓았더니’ 중에서)

특히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의 오랜 화두다. “20대 때는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언론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는 그는 ‘미디어 달’ 시리즈를 통해 ‘황색언론’의 폐해를 꼬집어왔다. 이번 앨범에선 ‘미디어 달 3.0’이라는 곡으로 일부 신문의 ‘매카시즘’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그 후렴은 이렇다. “얘들아, 저놈이 나쁜 놈이다.(죽여! 죽여! 죽여!) 얘들아, 저놈이 그놈 친구다.(죽여! 죽여! 죽여!) 얘들아, 쟤는 나쁜 놈으로 의심된다.(죽여! 죽여! 죽여!) 얘들아, 내 말이 틀린 거 같다.(ㅋㅋㅋㅋ 아님 말구.)”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니에이티브이뮤직퍼블리싱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