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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09 18:00 수정 : 2011.02.09 20:54

김승곤 사진평론가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 걸작전 ‘델피르와 친구들’전(27일까지)이 유난스런 한파에도 사진전으로는 이례적으로 5만명 넘는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전시를 돌아본 사진평론가 김승곤씨가 감상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신문과 잡지, 광고판, 그 밖의 수많은 시각정보 매체들에 둘러싸인 도시 사람들의 눈은 매일 200장 넘는 사진에 노출된다고 한다. 지금 국내에 보급된 카메라는 줄잡아 수백만 대. ‘똑딱이’ 카메라와 이동식 전화, 카메라 기능 딸린 휴대용 통신기기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전체 인구수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문자 쓰는 일보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소통하는 일이 훨씬 많아진 지금은 사진을 모르면 ‘문맹’이다. 사진은 그냥 보아서 아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언어’다. 그러다 보니 영상이미지를 해독하는 능력을 학교에서 길러줘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델피르와 친구들’전은 그런 면에서 국내 여러 유명 사진가들의 사진전들 가운데 매우 이색적이고 주목해볼 만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입체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출판, 전시기획, 영화와 광고제작 분야에서 일해 온 델피르 자신이 60년 동안 손댄 수많은 사진집과 영화 여러 편을 곁들인 전시장 곳곳은 사진 작품 위주의 기존 전시와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다큐 사진은 물론 전시도록, 사진집 등을 한자리에서 기획전시식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카르티에 브레송, 요세프 코우델카, 세바스치앙 사우가두, 로버트 프랭크 등의 150점 넘는 오리지널 프린트를 모아 사진 역사를 두루 살필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무엇보다 사진사에서 기억되어야 할 ‘셰익스피어’와 ‘베토벤’과 ‘피카소’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전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파리에서 현대 사진의 지평을 연 델피르와 전설적 거장들이 모두 가까운 친구 사이라는 사실은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현대미술에서 사진의 비중과 위상이 날로 커지는 지금 선진국들에서는 사진에 대한 교육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20세기 사진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델피르와 친구들’전은 영상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미지 보는 방식을 일러주는 교육적 가치가 높은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김승곤 사진평론가

순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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