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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사자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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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처럼 몸과 마음을 돌려라” 배우 스무명 구슬땀 범벅
탈춤에 설화 입힌 음악극…구제역과 인간, 통일 염원 담아
오태석의 신작 ‘북청사자야 놀자’ 연습현장
전통한옥의 선이 멋들어진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내 남산국악당. 지하 2층 연습실에선 밤늦도록 풍물 소리와 추임새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 연극의 거장 오태석(71·서울예대 석좌교수·사진)씨와 그의 극단 목화가 5년 만에 이곳 무대에 올리는 신작 <북청사자야 놀자>(19일~4월27일)가 한창 막바지 연습중이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훅 하고 땀냄새와 발냄새가 밀려오고, 그 냄새 속을 뚫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린다. “아~, 이게 뭐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 오태석 연출가가 무대 한쪽 길목을 지키고 앉아 스물 몇명의 배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완보가 젊은 사당과 수작을 거는 ‘북청사자패’ 대목에서 패거리들의 북청사자춤 동작이 성에 차지 않자 그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 순간 무대 뒤쪽에서 선배들을 지켜보던 젊은 남녀 단원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움직임을 지도하는 문근성씨가 “크게 추어”, “앞을 봐, 정확히 해” 하며 함께 거든다. 배우들이 지칠 성싶으면 오태석씨가 “어이~”나 “떵~” 하고 추임새로 힘을 북돋운다.
우스운 대사에선 함께 박장대소하고, 춤사위가 흥겨워지면 벌떡 일어나 두 손을 흔든다. 실전 같은 연습 중간 10분 휴식시간, 배우들은 바로 풀썩 주저앉았다.
할멈 호랑이 역을 맡은 19년차 배우 조은아(45)씨는 “선생님은 연습을 실전처럼 시키고 절대로 타협하는 일이 없어서 배우들이 오후 2시부터 밤 10시 반까지 연습하려면 몹시 힘들다”며 “19년째 선생님한테 ‘레미콘처럼 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돌려야지 굳지 않는다’는 꾸중을 듣고 있다”고 웃었다.
<북청사자야 놀자>는 전통 탈춤과 설화를 소재로 만든 음악극.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음, 황해도의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경기도의 양주별산대놀이, 경상도의 오광대놀이 등 우리 전통탈춤에 ‘호원설화’와 ‘처용설화’를 입혔다. 요즘 큰 사회적인 문제인 ‘구제역 파동’ 등도 현대 가면극으로 만들어져 들어간다. 오태석씨는 “우리 산대를 이 시대에 맞게 되살려보려고 욕을 먹든 말든 한번 새 틀을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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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사자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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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난 ‘신판 산대’의 큰 줄기는 바로 ‘구제역 파동과 인간의 오만함’, 그리고 ‘통일의 염원’이란 두 가지다. 극 후반부 사자와 호랑이가 구제역에 걸린 소, 돼지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과 오리를 죽이는 인간들을 벌하러 세상에 내려온다. 무대 위 대나무 숲에는 ‘보고 싶은 북청하늘’이라는 걸개 글씨와 포탄을 맞은 증기기관차를 배치해 ‘통일의 염원’을 암시한다. “산대는 그 시대와 살아 있어야 하니까 노는 틀은 옛것이어도 이 시대 이야기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려는 것이지. 지금 우리는 소·돼지를 산 채로 파묻고 하는데 옛날 우리 병풍을 보면 이것들과 얼마나 친하게 지냈냔 말이야. 병은 저희들이 저질러 놓고 짐승만 희생시켜. 그 짐승들의 희생과 인간의 오만함을 크게 반성하자는 거지.” 왜 북청사자를 골랐느냐고 물었다. “함경도에서 내려온 북청사자의 귀소본능, 북청의 애조, 우리가 60년을 넘어도 아직 통일을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진혼이지.” 공연 기간에는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 북청사자놀음을 가르쳐주는 순서도 마련한다. 꺽쇠(꼭쇠)·양반춤, 꼽추춤, 애원성 춤, 넋두리 춤, 거사춤(소고), 사당춤, 꼽추춤, 사자춤을 배울 수 있다. 정진각, 조은아, 이수미, 송영광, 김성언, 부혜정, 한지용, 정주현, 신혜리씨 등 극단 목화의 신구 두 팀이 번갈아 출연한다. (02)261-0514.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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