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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돌주전자를 찍은 구본창씨의 2007년 작 ‘JM_GD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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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수집품·미공개작 등 전시
한계에 대한 고민 안보여
민병헌
'폭포'연작 중심으로 엮어
전작과 피사체만 달라져
아쉬움 남는 구본창·민병헌 사진전
한국사진계에는 ‘3대 천왕’ 혹은 ‘빅스리’라고 부르는 작가들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이래 국내 사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온 스타급 작가 배병우(60), 구본창(58), 민병헌(56)씨다. 별칭에 깃든 의미만큼이나 세 작가의 그늘은 짙다. 살롱풍의 예술사진, 일상과 자연의 다큐적 묘사에 집착했던 시선의 틀을 깨고 셋은 1990년대 이후 사진판의 흐름을 스스로 바꾼 이들이었다. 현상과 사물의 이미지 자체에 천착하는 모더니즘적 감수성은 그들이 지닌 결정적인 무기였다. 최근의 행보도 도드라진다. 소나무 작업으로 유명세를 탄 배씨는 올 초부터 중국 대륙 사진 기행에 돌입했고, 구씨와 민씨는 이달 말 나란히 근작이 포함된 회고전 성격의 대형 전시를 열었다.
5년 만에 국제갤러리 신관에 마련된 구본창씨의 개인전(4월30일까지, 02-733-8449)은 엄밀히 말해 회고전도 근작전도 아니다. 독립큐레이터 김성원씨가 만든 이 전시는 피사체의 형식미에 몰입해온 구씨의 사진 인생 태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그의 수집 편력으로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1층에는 유복한 명문가에서 성장한 유년시절부터 ‘오브제’로 수집한 고급스럽고 독특한 잡동사니 컬렉션들과 80년대 미공개 일상 사진들을 깔고, 2층에 유명 컬렉션에 수장된 도자기, 곱돌그릇, 탈, 문방구 등을 찍은 사진들을 내걸었다. 들머리에 있는 유년기 그의 집 소장품이었다는 청자 항아리와 선풍기, <타임> <라이프> 등의 시사잡지와 패션잡지 <시어스>, <김찬삼 세계일주 무전여행기> 등에서 이미지 표면에 몰입하는 작가만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물건들이 들었던 종이상자 내부의 다양한 명암, 오밀조밀한 격자 얼개 등에서 그가 상자를 바라볼 때 누렸을 시각적 쾌감을 얼추 짐작하게 된다.
특히 88년 올림픽 전후로 큰 카메라 두개를 들고 다니며 찍었다는 서울 거리의 변화하는 풍광과 거리의 간판, 그림 등의 이미지 영상들은 다큐적 기록이 아닌, 풍경 속 대상들의 사물성을 헤집는 날카로운 통찰이 엿보인다. 하지만 감흥은 여기까지. 2층에 나열된 근작 문화재 사진들-한국 탈, 백자, 곱돌그릇들을 찍은 사진들은 먹먹하다. 유년기 수집 편력에서 비롯된 물건 자체에 대한 오브제 취향이 여러 문화재들로 대상을 바꿔 거듭되어 온 사실들을 일러줄 뿐이다. 지금 자기 사진의 한계에 대한 고민과 전망, 앞으로 어떤 작업으로 건너뛰기를 할 것인지 전시는 암시하지 않는다. 2007년 그가 기획한 대구 사진비엔날레 이후 사진판 행사들에 얽힌 대외적 행보에 주력한다는 평이 나왔던 근황에 비춰, 이 전시에는 작가의 연륜보다 이른 퇴행적 시선들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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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씨의 2008년 작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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