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2 19:27
수정 : 2011.04.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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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르키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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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판 연극 ‘나르키소스’
2048년, 거대 기업 ‘에스사’는 세상의 지배자다. 임신과 출산마저 에스사의 이윤을 증대시킬 자원 생산도구로 철저히 통제된다. 서울 동숭동 ‘혜화동 1번지’ 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나르키소스>는 거대 기업의 지배 아래 자본의 노예가 된 사람들의 디스토피아 같은 미래 이야기다.
연극의 배경은 출산용 생체기계인 ‘케이’와 ‘에이’, 관리자 ‘브이’가 살아가는 출산 공장. 이곳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갖기 위해 생체기계가 되기로 자원한 트렌스젠더 ‘에프’가 등장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노동 착취’, ‘이윤 증대’ 같은 단어들이 직접 무대의 대사로 등장하지만 극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다. 최대한 장식을 배제한 단순한 세트에 엘이디(LED) 전등 등 간단한 소품을 써서 미래 세계를 표현한 방식이 흥미롭다. 직접 대본을 쓴 연출가 최철(39)씨는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인간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어디에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연극을 구상했다고 한다. <나르키소스>가 이 물음에 내놓는 답은 ‘사랑’이다.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자각, 그곳에서 변화와 연대가 시작될 수 있다고 최씨는 말했다.
사회비판적 문화창작집단을 표방하는 ‘날’의 8번째 작품. 날은 올 초 삼성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를 비판한 연극 <반도체소녀>로 화제를 모았다. 17일까지. (02)953-6542.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문화창작집단 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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