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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8 19:33 수정 : 2011.04.18 19:33

임민욱 작가의 미디어 퍼포먼스 <불의 절벽> 페스티벌 봄 사무국 제공

‘페스티벌 봄’ 국내작품 현실 비판 눈길
국외 유명 초청작들은 기대에 못 미쳐

소통을 들먹이며 요설을 일삼는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예술이 꿈꾸는 진정한 소통은 사회적으로 적극 개입하고 삶의 정치를 펼쳐놓는 역습에서 시작된다. 국내 유일의 국제 다원예술축제로 서울시내 11군데 공연장에서 펼쳐진 올해 ‘페스티벌 봄’(예술감독 김성희, 3월22~4월17일)은 이런 수행성의 정신을 한국적 상황에 깊숙이 관여시키는 작품들로 짜여져 큰 반향을 낳았다.

본래 이 축제는 춤, 연극, 퍼포먼스, 미술 등 현대예술장르의 다원적 통합과 실험이 만개하는 행사로 이름 높았다. 하지만 올해만큼 전위성이 부각됐던 적은 없었다. 오늘 현실의 구체적 장 속으로 들어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사회에의 개입’이 두드러졌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바야흐로 예술과 정치 사이의 새로운 전선이 형성된다고 할까.

작가 임민욱씨의 미디어 퍼포먼스 <불의 절벽>은 무대에 등장한 고문 희생자의 증언을 통해 드라마를 넘어서는 진실의 힘 자체로 화제가 됐다. 국립극단 공연장이 자리잡은 장소의 기억, 즉 서울역 부근 옛 기무사 수송대의 어두운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미학을 넘어서는 불편함을 통해 발언했다.

이런 다큐멘터리와 공연예술의 결합은 이제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가장 유효한 무기로 작용한다. 김황씨의 <모두를 위한 피자>는 작가가 북한 암시장에 피자 레시피를 뿌렸다. 그 뒤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메아리를 한국 사회에 다시 보고하는 ‘정직한’ 퍼포먼스로 담대하게 국경을 뛰어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보여주었다. 김지선씨의 <스탁스 3. 이주민 이주> 또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판하는 젊은 감각의 퍼포먼스와 가짜 국제기자 오디션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반쯤은 실제 상황인 오디션 과정을 통해 “오늘 기자는 무엇인가”를 가슴 뜨끔하게 질문했다.

김황 작가의 <모두를 위한 피자> 페스티벌 봄 사무국 제공
이처럼 ‘봄’은 이념과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이 등장하여 거침없는 현실적 행간을 만들어냈다. 개발독재 시절 ‘유토피아’를 표방했던 세운상가 일대를 다시 음미하는 서현석의 현장 체험공연 <헤테로토피아>라든가 서울 구룡동 판자촌 ‘저 아래의 삶’에서 발칙하게 신화적 상상력을 분출시킨 김윤진의 춤 퍼포먼스 <구룡동 판타지> 등은 이질적인 공간의 역사를 탐사하는 신선한 감각과 밀도가 있었다.

반면 초청된 외국 작품들은 오히려 밀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기대를 모았던 그자비에 르루아의 일본 현대춤 부토 탐사는 자기만족적 제스처로 끝났고, 아방가르드를 자처했던 개막작 주인공 르네 폴레슈는 일본의 현실을 피하여 공연을 취소했다. 그래도 미학적 실험으로 화제를 낳았던 오카다 도시키의 연극이나 가짜 사실주의 전시를 만들어놓고 흥미로운 ‘거짓말’을 이어가는 한스-페터 리처의 퍼포먼스는 주목할 만했다.

올해 ‘봄’의 최대 성과는 공연예술이 ‘지적 엔터테인먼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사회를 고뇌하고 사유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의 신호 체계가 교란되어 있는 현실에서 그 현실의 악몽을 깨우는 구실을 해야 한다는 진짜 예술의 본령을 ‘봄’은 보여주었다.

김남수/무용평론가 anacroi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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