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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2 19:30 수정 : 2011.04.22 21:52

리더 이호찬(51·사진 맨왼쪽)씨

여진·방사능 누출에도 일본행
“다들 도망가는데 고맙다 인사
사람의 마음 얻을때면 보람”

일본서 지진피해돕기 공연 ‘해오른누리’ 이호찬씨

문을 열자마자 채 풀지 못한 커다란 여행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20일 오후 찾아간 어쿠스틱 팝 그룹 해오른누리의 서울 상수동 사무실. 곧 리더 이호찬(51·사진 맨왼쪽)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은 듯 피곤이 묻어나는 얼굴이다.

이씨를 비롯해 유현숙·이은미·송정화·동훈씨 등 해오른누리 단원들은 1~19일 여진과 방사능 누출 등 불안한 상황 속에도 동일본 대지진 피해 돕기 자선공연을 하고 왔다. ‘김창완과 꾸러기들’ 출신 이씨가 1996년 결성한 이래 크고 작은 공연을 2천번 넘게 해온 해오른누리이지만, 이번 공연을 결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원래 이들은 일본기아대책기구 요청으로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 돕기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지난해에도 그쪽 요청으로 일본에서 아이티 지진 피해돕기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 지난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사태가 터져 취소될 뻔 했다. 그런데 출발 일주일 전 메일이 왔다. ‘일본 지진 피해돕기 공연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솔직히 고민되더라고요. 상의한 끝에 가기로 결정했어요. 3개월째인 임신부 단원도 기꺼이 가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담담했는데, 정작 집에서들 난리가 났죠.”

일본에 진출한 아이돌 가수들이 일정을 취소하고 속속 귀국하던 시기에 해오른누리는 거꾸로 일본에 들어갔다. 도쿄·지바·사이타마 등을 돌며 거리나 마을회관에서 노래했다. 직접 느낀 여진만도 10여차례가 넘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나중엔 “이건 규모 3쯤 되겠군”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만큼 익숙해졌다. 내침 김에 피해가 가장 큰 센다이 지역까지 들어가려 했지만, 출입 통제로 뜻을 접어야 했다.

“우리가 노래하면 사람들이 흐느껴요. ‘다들 도망가기 바쁜데, 오히려 다가와 위로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눈물에 노래하던 우리도 목이 메여 공연장이 눈물바다가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곳 사람들은 독도 문제 이런 거 전혀 몰라요. 그저 다같은 ‘사람들’이었어요.”

해오른누리는 한국으로 돌아오며 “앞으로 음악을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돈벌이가 아니라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음악을 한다’는 평소 신념을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좋은 음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절감했기 때문이다.


“해오른누리가 봉사단체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한 사회 환원을 하며 노래하려 해요. 한때는 가수로서 더 유명해지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음악적 가치를 나누는 데서 더 큰 보람을 찾아요.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때면 돈보다 더한 이익이 제 안에 쌓이는 걸 느낍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해오른누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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