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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로코코 시대 궁정문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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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장식미술품 등 101건 전시…바로크 ‘활기’ 로코코 ‘우아’
루이 15세 애인 초상화·보석담배갑 등 근세 미의식 엿보여
바로크·로코코 시대 궁정문화전
예술의 유행은 강물과 같다. 언제나 흘러도, 물줄기가 비롯된 발원지는 엄연히 존재하며, 여러 갈래 지류를 만든다. 이런 예술사의 속성에 비춰, 17~18세기 유럽 궁정을 휘감았던 바로크와 로코코 예술은 가장 매혹적이고 도도한 본류였다. 변덕스런 근현대 패션 유행의 시초이며, 의상, 액세서리 등 패션 모드에서 이른바 ‘트렌드 세팅’(유행을 만들고 이끄는 것)을 본격화한 것이 바로 바로크, 로코코의 시대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일 시작하는 특별전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는 친숙하고도 낯선 200~300년 전 유럽 근세 패션 명품들과의 만남이다. 17~18세기 유럽 궁정 귀족·유한층들의 삶을 수놓은 고급 예술품들이 줄줄이 나왔다. 세계적인 장식미술 컬렉션 명가인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의 소장품 101건이 국내 처음 찾아왔다.
이상적인 조화를 좇았던 르네상스 예술에 비해 후대의 바로크는 ‘꿈틀거리는 힘줄’이며, 또다른 산물인 로코코는 ‘사뿐하고 우아한 몸짓’에 흔히 비유된다. 이번 전시는 이런 전형과 더불어, 두 사조를 태동시킨 권력자들의 이글거리는 욕망과 의식의 밑바닥을 캐는 단서들을 곳곳에 감춰놓았다.
왕정의 미술 후원, 패션과 장신구 등 5부로 나뉜 전시장의 핵심은 왕과 귀족, 왕과 밀애한 정부들 자태를 부각시킨 회화와 조각·공예, 이들이 아낀 애장품 등이다. 들머리에 놓인 오노레 펠레의 ‘찰스 2세 흉상’(1684)은 한껏 상반신의 천자락을 휘날리면서 얼굴을 틀어 눈과 코 등의 윤곽선을 파도치는 듯한 ‘바로크적 과장’으로 강조한다. 조각 거장 로렌초 베르니니가 만든 ‘토머스 베이커의 흉상’ 역시 당대 멋쟁이 귀족상을 묘사한 대표작이다. 바람결에 막 나풀거리는 듯한 머리카락 결과 실제 짠 듯한 어깨 부분 레이스 장식의 생동감이 강렬한 환각을 낳는다. 벨라스케스의 명작으로 유명한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흉상’(1690)은 결단력이 엿보이는 표정이 굴곡이 도드라진 의상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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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시대 그림 대가인 프랑수아 부셰의 1758년작 <퐁파두르 후작부인>(오른쪽 그림). 후작 부인의 우아한 자태를 그린 걸작이다. 바로크 조각의 거장인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1638년께 만든 ‘토머스 베이커의 흉상’(위).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2세가 아낀 ‘다이아몬드 장식 코담배갑’(아래).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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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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