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04 19:46
수정 : 2011.05.04 19:46
|
임유진
|
유학 뒤 ‘검정치마’서 활동
첫 솔로앨범 ‘서울라이트’
90년대 소녀팝 정서 물씬
안녕? 난 야광토끼야. 이름이 별나다고? 사실 본명은 임유진(사진)이야. 근데 내가 토끼 인형 같은 걸 좋아하거든. 그래서 예명을 ‘토끼’로 하려다 좀 밋밋한 것 같아서 ‘야광’을 붙여봤어.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걸?
예명이 왜 필요하냐고? 난생처음 솔로 앨범이란 걸 냈거든. 제목은 <서울라이트>. 장르가 뭐가 됐든 멜로디가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만들었어.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고 따라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야. 타이틀곡은 ‘조금씩 다가와 줘’인데, ‘캔트 스톱 싱킹 어바웃 유’도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네이버 뮤직 ‘이주의 발견’으로도 선정됐어.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말로는 “강수지·하수빈으로 대표되는 90년대 걸 팝 정서가 담겨” 있대. 아무려면 어때? 난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했을 뿐인걸.
어쩌다 음악을 하게 됐냐고? 처음 시작은 중3 때 재즈 피아노를 배우면서부터야. 엄청난 재즈 팬이셨던 아빠가 시켜서 하긴 했는데, 솔직히 어렵고 재미없었어. 그래도 레슨은 꾸준히 받았어.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학교처럼 말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2년 정도 유학 준비를 했는데, 그땐 정말 암울했어. 친구들은 다 대학 다니는데, 혼자 하루 10시간씩 피아노만 쳤거든. 연습은 죽어라 하는데 실력은 안 느는 것 같은 기분. 나중에 깨달은 건데, 음악은 언어랑 비슷해. 문법 잘 안다고 말 잘하는 건 아니잖아? 근데 난 재즈를 책 보듯이 공부했으니….
어쨌든 미국 버클리음대에 갔어. 처음엔 영어도 잘 못하고 해서 너무 힘들었어. 거의 울면서 다녔지. 그러다 재즈 대신 미국 인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자유를 찾은 거야. 마침 미국으로 일찍이 이민 와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조휴일이라는 친구를 만났어. 펑크 밴드를 하고 있더라고. 공연 때 몇번 세션으로 키보드를 연주했지.
2006년 큰 결심을 했어. 학교를 그만둔 거야. 물론 집에서는 엄청 반대했지만. 한국에 와서도 마음 못 잡고 방황했어. 새로 공부한답시고 일본에도 영국에도 가봤지만, 쉽게 자리를 못 잡았어. 그러다 휴일이가 한국에 들어와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검정치마’에 합류했어. 언젠가 휴일이가 그러더군. “네 음악을 해보는 게 어때?”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이번에 결실을 이룬 거야.
기분이 어떠냐고? 처음엔 실감 안 났는데, 공연도 하고 라디오 방송도 몇번 타면서 ‘이젠 나도 뮤지션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처음엔 탐탁지 않아 하시던 아빠도 요즘은 내심 좋아하시는 것 같고. 시작은 인디 음악인이지만, 내 음악을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으면 해. 당신도 내 노래에 귀 기울여줄 거지?(이상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서정민 기자, 사진 도기리치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