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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5 19:33 수정 : 2011.05.05 19:33

권창륜씨와 안승일씨는 백두산을 우리 산의 원형으로 봤다. 안씨는 하늘에서 본 백두산의 장관(위 사진)을 카메라로 신비하게 담아냈다. 예술의전당 제공

권창륜, 산에서 5kg 대형 붓으로 ‘신시’ 일필
안승일, 한겨울 눈구덩이서 머물며 진경 포착

백두산은 한겨레 천지만물의 시원이자 한민족의 성지이다. 산악사진가 안승일(65)씨가 하늘에서 바라본 백두산은 천지창조의 현장처럼 태고의 신비한 등줄기와 골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산의 영과 기가 카메라의 앵글에 가득하다. 서예가 권창륜(68)씨는 백두산 정상을 오르는 순간 천공교성(天工巧成)이라는 글귀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하늘이 공력을 다해 교묘하게 천지만물을 완성했다’는 뜻의 네 글자를 일필휘지로 써내려갔다.

권씨는 백두산 기운을 받아 서예 작품 ‘신시’(아래 그림)를 붓으로 신비하게 담아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초정 권창륜과 최고의 산악사진가 안승일이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20여년간 백두산의 진경을 붓과 카메라에 담은 작품을 모아 지난 30일부터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권창륜·안승일의 산의 영(靈)과 기(氣)’전을 열었다. ‘붓과 카메라-산에 대한 불이(不二)의 시선’이라는 주제답게 사진과 서예가 산에서 하나로 통하는 보기 드문 전시다.

권창륜(아래 사진 오른쪽)과 안승일(왼쪽)은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오랫동안 민족의 영산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백두산 귀신들이다.

초정은 청와대 인수문과 춘추관, 운현궁의 현판 글씨로도 유명한 현대 한국서예의 거장 중 한 사람이다. 특히 4대 국새 파문 이후 뜨거운 관심 속에 더욱 신중하게 선별된 5대 국새의 인문(印文) 부분에 확정된 글씨가 그의 작품이다. 근대 한국 서예의 두 거목인 일중 김충현과 여초 김응현의 정통 필법을 가장 창조적인 재해석으로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20년 전부터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현지에서 써내려간 생동감 넘치는 서예 작품들로 독자적인 세계를 펼치고 있다.


안승일씨, 권창륜씨
“산천 수목의 선이 바로 서예의 선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자연에서 직접 글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전시회에 크게는 세로 7m, 가로 1.3m가 넘는 큰 종이 위에 먹물을 묻히지 않은 상태의 자체 무게만도 5kg이 넘는 대형 붓으로 단숨에 써내려간 ‘신시’를 비롯한 서예작품 32점을 내놓았다. 칠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에 크고 작은 붓을 업고, 먹물과 종이 등 재료를 봇짐 진 일꾼 네다섯명과 사투를 벌인 끝에 나온 결실들이다.

사진작가 안승일씨는 16살에 처음 카메라를 잡은 뒤로 50여년간 백두산을 비롯한 한국의 명산 사진을 고집스럽게 찍어 왔다. <삼각산> <백두산> <한라산> 등 빼어난 산 사진집만 여러 차례 출간하였다. 나이 오십에 처음 백두산에 들어간 뒤로 ‘우리 산의 원형질’에 반해 백두산 아래에 집을 마련하고 1년에 7개월가량을 보내고 있다.

“백두산은 저의 선생입니다. 처음으로 저에게 ‘너는 누구냐’ ‘우리 민족이 무엇이냐’를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산이죠. 그래서 백두산을 사진에 담아 온 겨레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산의 영(靈)과 기(氣)’전 전시장 풍경. 예술의전당 제공
그는 자연스러움을 중요시하고, 인위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필터조차 사용하지 않는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산이 만드는 가장 오묘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해내기 위해 한겨울 영하 30~50도를 오르내리는 백두산의 눈구덩이에서 한달 동안 머물기도 했다. 중국의 공안당국으로부터 ‘문화간첩’으로 몰려 한달 반가량 조사를 받고 풀려나기도 했다. 지난 20여년간의 ‘백두산 작업’은 88개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백두산 일출의 장관, 천지의 수면에 신비스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 하늘에서 본 백두산을 비롯해 삼각산, 지리산, 한라산의 절묘한 경관을 담은 사진 23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는 사진과 사물의 영과 기운을 표현하는 글씨를 온전하게 하나로 모아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오는 22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기간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아카데미홀에서 엄홍길(7일)과 오은선(14일), 이명희(21일) 등 유명 산악인들의 특강 행사도 진행된다. (02)580-13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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