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08 14:25
수정 : 2011.05.08 14:44
|
‘오페라스타’에 출연한 JK김동욱(왼쪽),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임재범.
|
한국에서 오디션프로그램 열풍은 일반인의 스타탄생을 낳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덜 알려진 실력파 가수의 진가를 재발견하는 무대이기도 한다.
JK 김동욱(36)과 임재범(48)은 바로 그런 경우이다. 데뷔 연도는 10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두 사람은 호소력 짙은 중저음의 음색으로 소수의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모를 갖고 있다. 음악 스타일뿐아니라 수염을 기른 모습에다 강한 남성성의 이미지까지 흡사한 두 사람은 아이돌 음악이 지배하는 방송음악계에 반란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텔레비전을 멀리했던 30~40대 등 남성들까지 텔레비전 앞에 끌어들이고 문자까지 날리게 만드는 것도 한국사회에서 거세되어 가는 강한 남성성에 대한 향수와 로망, 두 가수의 노랫말에 담긴 남자의 순정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성가수들의 서바이벌 도전무대인 ‘오페라스타’(티브이엔)와 ‘나는 가수다’(문화방송)에 각각 출연한 두 사람은 소울풀한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해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과시했다.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에게는 널리 알려졌지만 텔레비전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두 가수는 소름끼치는 무대를 보여줘 단박에 시청자의 문자투표와 녹화현장의 일반인 평가단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모았다.
8일 자정 무렵 끝난 ‘오페라스타’ 결승무대에서 JK 김동욱은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카루소를 기리는 노래 <카루소>와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들려줘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죽이게 만들었다. 비록 시청자의 문자투표에서는 테이에게 4%포인트 차이로 패해 영국 로열필하모닉오키스트라와 음반 녹음하는 부상을 테이에게 넘겨주었지만 그는 오페라 도전을 통해 ‘JK 김동욱’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듯하다.
캐나다 햄버대학에서 재즈보컬을 전공한 그는 2002년 드라마 삽입곡 <미련한 사랑>을 통해 한국에서 보기 힘든 중저음의 매력을 재즈와 리듬 앤 블루스 리듬에 실어 열성팬들을 확보했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3일 무대에서는 러시아 집시민요 ‘검은 눈동자’의 러시아 가사를 중후하면서도 완벽하게 소화해 생애 처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심사위원 좌석에 앉아있던 멘토인 서정학 교수가 벌떡 일어나 박수치기도 했다.
서희태 교수 비롯한 네 명의 심사위원들은 “브라보, 참 해냈다”, “감동이 몰아치고 너무 좋았던 무대였다. 소름끼쳤다”, “러시아 바리톤이 등장한 것 같다가 김동욱 스타일로 잘 버무렸다. 외국어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7일 결승전에 앞서 오페라스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어차피 나한테 그렇게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언더독(우승 예상권 이외의 사람)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러나 나를 좋아해줬던 사람들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앨범만 내고 음악프로 몇 번 하면 모든 게 다 된거라고 생각했던 내 착각이 미안했다”면서 대중들의 지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임재범은 지난 1일 25년만에 첫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너를 위해>를 불러서 1등을 차지한 뒤 단박에 음반판매 1위에 오르는 등 ‘임재범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0년 발매된 임재범의 베스트 앨범 ‘메모리즈’는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온라인 음반판매 사이트에서 박재범, 에프엑스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메모리즈는 ‘나가수’ 방송 후 1주일만에 7000장가량이 팔렸다. 특히 포털사이트 다음의 티브이팟 메뉴를 통해 무편집 공연 영상이 공개된 이후 임재범의 공연 영상은 8일 오전 현재 재생건수 390만건을 넘어서며 400만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우 최민수는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거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너를 위해> 제작진조차 범접하기 힘들었다는 임재범은 이날도 삭발한채 방송에 출연해 ‘마초’와 같은 인상을 짙게 풍기기도 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암투병중인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삭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재범의 감춰진 ‘순정’마저 화제를 더하고 있다. 임재범은 지금은 전설적인 록그룹이 되어버린 시나위의 보컬리스트로 1986년 대중음악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고해> <너를 위해> 등 여러 히트곡을 내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활동이 뜸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