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25 20:35
수정 : 2011.05.25 20:35
[리뷰] 국제현대무용제
국내작품들 수준 높아졌지만
초청공연 모험정신 둔감해져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한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 2011’(5월18일~29일)이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하반기에 열리는 시댄스(SIDANCE)와 함께 국내 가장 큰 무용축제인 모다페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현대무용계의 주요 흐름을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는 취지로 진행된다. 특히 최근 10여년 동안 현대무용의 혁신적인 변화를 소개하면서 진취적인 행보를 감행하고 있는 덕분에 국내 무용계에 긍정적인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을 찾는 관객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전의 혁신적이고도 진취적인 모험 정신이 다소 둔감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해외 초청공연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개막작이었던 오스트레일리아 무용단 청키 무브(Chunky Move)의 <커넥티드>(Connected·사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대에는 그물망 같은 거대한 설치미술이 등장해 그물망 사이사이에 연결된 줄을 무용수들의 몸과 연결시켜 무용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 거대 설치미술이 공중에서 다양한 형태로 움직인다. 다시 말해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춤에서 나오는 순수한 운동에너지를 사용해 거대한 사물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나중에는 연결되어 있던 고무줄 특성을 지닌 끈이 무용수의 몸에서 벗어나 기둥에 묶여 있더라도 이미 운동에너지를 받은 설치미술은 반동과 작용에 의해 스스로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여 준다. 그 움직이는 사물 사이를 무용수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춤을 추면서 새로운 공간 창출을 시도한다.
최근 세계 예술계의 주요 키워드가 ‘친환경’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실험과 시도는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무용에서도 조명 사용을 거부하면서 해가 떠 있을 때까지 자연광으로만 공연한다든지, 인위적이고도 소모적인 무대설치와 의상 제작을 배제한 공연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전기와 같은 에너지 소비가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극장 공연 자체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오는 춤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더욱이 청키 무브의 최대 히트작인 <글로>(GLOW)의 경우, 엄청난 장비와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력이 동원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 시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작품 <커넥티드>를 보면 무용수들의 춤과 설치예술의 관계는 모호하고, 시선은 온통 거대한 설치미술로만 간다. 의도와 취지는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방법과 결과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직 전체 행사가 모두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해 준비된 모다페의 행사 프로그램을 보면 전반적으로 전위적이고도 혁신적인 성격이 이전보다 약해졌다. 물론 국내 프로그램을 강화해 국내 작품들의 수준이 향상된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번 모다페는 김지혜, 오창익, 전예화, 정상화와 같은 20대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본격적인 데뷔 무대를 열어주었고, 한국무용가인 김윤진의 작품을 소개하는 등 긍정적인 시도를 펼쳤다.
하지만 현대예술 자체가 이미 전위예술이 행한 전복의 역사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상기하고 현대무용 역시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불편할 정도로 혁신적이고, 심지어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반사회적인 전위성(아방가르드)을 추구한 것이 현대무용의 본질 중 으뜸이었다는 점을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는 모다페의 정체되어 있는 정체성에 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
박성혜/무용평론가 사진 ‘모다페(MODAFE) 2011’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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