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02 21:22
수정 : 2011.06.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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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남녀 무용수가 짝을 이뤄 이르지 킬리안의 <프티 모르>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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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디스 이즈 모던 2’
이르지 킬리안 ‘프티 모르’ 등
9일부터 국내 무용수 첫 무대
“음악이 상상케하는 동작 표현”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이 흐르면 무용수들이 실내를 성큼성큼 뛴다. 토슈즈를 벗은 맨발이다. 단거리 달리기라도 하는 듯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남녀가 짝을 지어 한몸처럼 춤을 춘다. 한쌍의 무용수가 바닥에 누운 채 옆으로 굴러 무대 밖으로 나가면, 다섯명의 여자 무용수가 철제로 만든 드레스 모형을 이끌고 등장한다. 종이 인형의 옷처럼 뒷면 없이 앞면만 있는 재밌는 모양인데, 앞에서 보는 관객들에겐 무용수들이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피아노 협주곡이 끝나고 모차르트의 ‘6개의 독일무곡’이 흘러나오자 이번엔 남자 무용수들과 치마를 두른 여자 무용수들이 함께 등장한다. 좀 전보다 빨라진 음악에 맞춰 동작도 경쾌해졌다. 연출가(우르치 아란부루)는 “베리 나이스”와 “베리 뷰티풀”을 연발하며 무용수들을 독려한다. 발을 보호하는 토슈즈를 벗고 맨발로 춤추다가 바닥과의 마찰열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무용수들도 있다.
‘현대 발레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체코 출신의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64)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 무용수들에 의해 공연된다.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유니버설 발레단 연습실에서는 무용수들과 연출가가 <프티 모르>와 <세츠 탄츠>의 막바지 안무 연습에 한창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9일부터 12일까지 현대발레 공연 ‘디스 이즈 모던 2’에서 이르지 킬리안의 <프티 모르>와 <세츠 탄츠>를 선보인다. 네덜란드댄스시어터에서 무용수로 있으면서 이르지 킬리안과 16년 동안 함께 작업해온 연출가 우르치 아란부루(39)가 연출을 맡았다. 프랑스어로 ‘어떤 죽음’이라는 뜻의 <프티 모르>는 킬리안이 1991년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킬리안이 이끄는 네덜란드댄스시어터가 방한해 공연한 적이 있다. <프티 모르>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 맞춰 10분 동안 각각 6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코르셋 상의에 풍성한 드레스를 더한 드레스 모형도 등장해 무용수들의 춤 상대가 된다.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프티 모르>는 고전 발레의 동작과 현대 발레의 상상력이 조화를 이룬다. 국내에서 초연되는 <세츠 탄츠>는 독일어로 ‘6개의 춤’이라는 뜻이다. 빠른 리듬의 ‘6개의 독일무곡’을 쓰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프티 모르>보다 좀더 밝고 경쾌하다.
킬리안 발레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음악성이다. 아란부루는 “음악보다 동작에만 집중하는 안무가들과 달리 킬리안은 음악을 정교하게 다룬다”며 ‘가장 음악성이 뛰어난 안무가’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무용수로서 한국에 세번 왔고, 연출가로서는 처음 한국을 찾았다. “동작, 공간 사용, 의상, 음악 등 모든 요소에서 이르지 킬리안의 원래 작품 그대로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연출의 목표라고도 했다.
무용수들은 킬리안의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접 공연한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다. 수석무용수 강예나씨는 “킬리안은 가장 천재적인 안무가다. 무용수들의 동작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솔리스트 한상이씨도 킬리안의 안무는 “음악을 들으면 상상되는 동작을 정확하게 표현해낸다”고 감탄했다. 수석무용수 황혜민씨는 “<프티 모르>는 무용수들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다”며 마법 같은 공연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번 공연에서 재독 안무가 허용순씨의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도 준비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1960년대 미국의 텔레비전 쇼를 가정해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연 도입부에 무용수들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내레이션을 하기도 하는 등 재밌는 구성으로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세계적인 안무가의 현대 발레를 직접 공연함으로써 무용수들도 현대 발레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고, 관객도 수준 높은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12일, 유니버설아트센터. (070)7124-1737.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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