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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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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이용백
세계 최고의 미술축제인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의 카스텔로 자르디니 해변공원. 4일(현지시각) 공식 개막을 앞둔 한국관의 옥상에 알록달록한 꽃무늬 군복 25벌이 빨랫줄에 널려 나부끼고 있다. 설치미술가 이용백(45· 사진)씨의 작품 <앤젤 솔저>(아래)다. 그 독특한 모습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멈춘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단독 대표작가로 선정된 이씨의 작품으로 전시관 전체를 꾸민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에서 유학한 그는 다양한 기술을 설치 작업에 활용해 사회적 쟁점을 예리하게 드러내는 작품세계로 주목받아 왔다. 군대라는 소재를 미술로 해석한 <앤젤 솔저>는 그가 계속 다뤄온 대표작 연작 시리즈다.
“저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일종의 문화전쟁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경쟁도 치열하고 자본도 엄청나게 들어가는 전쟁이죠. 저는 비엔날레에 참가하면서 그런 전쟁을 안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전쟁을 상징하는 군복에 꽃무늬를 입혔어요. 또 군복을 빨아서 빨랫줄에 늘어놓는다는 것은 평화와 휴식을 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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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한국관에서 만난 이씨는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이곳 전시장으로 오는 길에 어느 집 베란다에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널려 있는 빨래를 보면서 한없는 평화를 느낀 순간 작품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새소리, 벌레소리 등 음향을 배경으로 한 <앤젤 솔저>의 영상작품이 흐르고 있다. 꽃더미 속에서는 꽃무늬 군복으로 위장한 군인 100명이 은밀하게 행군하고 있다. 걸음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다가온다. “군인(솔저)은 종교나 국경 등의 이유로 전쟁을 합니다. 또 천사는 이승과 저승, 실제와 가상을 넘나드는 존재이자 두 경계를 연결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죠. 따라서 꽃무늬 군복을 입은 앤젤 솔저는 현실과 인식의 경계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부단하게 고민하는 예술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는 “예술가는 현실의 편견과 선입견의 경계와 싸우는 군인 같은 존재”라며 “2005년부터 70년대 반전운동의 상징이었던 ‘플라워 파워’ 같은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또다른 전시작 ‘피에타’ 시리즈는 ‘내 안에서 나온 또다른 나’를 ‘자기애’와 ‘자기학대’로 확장시켜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중세 유럽에서 조각을 찍어냈던 ‘거푸집’(조형틀)과 그 안에서 탄생된 조각 작품을 모자관계로 해석해서 성모 마리아와 죽은 아들 예수를 표현한 피에타상에 적용했다.
일단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이씨의 작품은 베네치아에 모인 국제 미술계 인사들도 전시장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의 도약이 기대되는 현장이다. 베네치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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