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07 20:03
수정 : 2011.06.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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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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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시대’ 출간한 가수 조영남씨
예능 프로그램 출연 뒤 ‘복고열풍’
음악다방 출연 당시 뒷 얘기 담아
“아날로그 되살린게 감동준 듯”
가수 조영남(66·사진)씨가 7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쎄시봉 시대>(조영남·이나리 지음, 민음인 펴냄)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언론인 김종철씨가 <세시봉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지만, ‘세시봉 열풍’의 주역이 직접 쓴 책으로는 처음이다. 지난해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추석 특집으로 ‘세시봉 친구들’편이 방송된 직후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준비한 것이다.
“원래는 라디오가 시초였어요. <조영남·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최유라씨가 ‘아저씨 친구들 초대해서 특집을 해보자’고 제안했죠. 그래서 송창식·윤형주·이장희, 저 이렇게 넷이서 연습도 안하고 그냥 기타 들고 노래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던 거예요. 이후 <놀러와> 피디가 찾아와서 텔레비전에서도 하자고 하더군요. 나는 ‘60대 노인들이 홀대받는 악기인 통기타 들고 노래하면 노숙자나 노인정 음악회 같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방송 끝나고 나서 엄청난 반응에 깜짝 놀랐어요.”
왜 그런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디지털 시대가 잊어버린 아날로그 시대의 정서를 되살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책에서는 이장희·윤형주·송창식·김세환·김민기 등 세시봉 동료 가수뿐 아니라 전 부인인 연기자 윤여정에 대한 얘기도 따로 한 장 차지하고 있다. “이 부분을 쓸지 말지 고민 많이 했어요. 우린 헤어진 뒤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윤여정을 처음 만난 장소가 세시봉이에요. 그 얘기 빼면 세시봉 얘기가 안되는 거죠. 사실 윤여정이 영화 <여배우들>과 문화방송 <무릎팍 도사>에서 내 얘기를 꺼낸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나도 이제 얘기해도 뭐라고 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책에 당시 얘기를 썼어요. 겁나서 얼굴 사진은 못 넣었지만요.”
세시봉 가수들은 서로 곡을 주고받아 윤형주가 만든 ‘길가에 앉아서’를 김세환이 불러 히트하기도 했다. “세시봉에선 저작권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는 질문에 그를 응원하러 온 윤형주·김세환씨가 답했다. “형들이 만든 노래를 듣고 제가 ‘그거 내가 부르면 좋겠다’ 하면 그 노래를 줬어요.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인데, 그땐 그랬죠.”(김세환) “세환이가 곡을 얻기 위해 우리 앞에서 재롱을 많이 떨었죠. 세시봉은 공동체였어요. 내것이지만 내것이 아닌 그런 관계였죠. 1만원만 있어도 내 돈이 아니라 우리들의 돈이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그런 데서 충격과 감동을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윤형주)
간담회를 마치며 셋은 피아노 앞에 모여 윤형주의 곡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불렀다.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음악다방 세시봉은 사라졌지만, 그들 안의 세시봉은 영원할 듯 보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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