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6.07 20:56 수정 : 2011.06.07 20:56

키스 재럿

내한공연한 키스 재럿 곁에서 지켜보니

지난 10여년간 거장 연주자들의 내한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재즈 팬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은 얘기는 다름 아닌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과연 우리가 이 땅에서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될지 궁금해했다. 관객이 토해낸 소음 탓에 연주를 거부하고 무대에서 그냥 내려와 버렸다든지 하는 풍문만 남긴 채 시간이 흐를수록 ‘키스 재럿 내한공연’은 마치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일인 양 막연한 소망이 돼가고 있었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100회를 넘길 정도로 많은 공연을 유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재즈 팬들의 막연했던 소망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모두 해소됐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트리오 공연과 지난 2일 같은 무대에서의 솔로 공연을 통해 이 거장의 ‘오늘’을 목격한 덕이다. 두 공연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다양하게 드러났다. “내가 마주한 일생일대 최고의 공연”이란 말이 들리는가 하면, “예상에 부합한, 만족할 만한 공연”이란 반응, 그리고 “실망스러운 공연”이란 얘기도 있었다. 이는 관객의 시각과 취향에 따라 각자 판단할 문제지만, 최소한 키스 재럿의 내한이 우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 더없이 중요한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두 무대의 막을 연 안내자로서, 무대 뒤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몇주 전 전화로 그를 인터뷰하면서, 나 역시 키스 재럿의 내한공연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들리던 얘기처럼, 그는 무척 까다롭고 예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건강과 연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깨닫고는, 그렇듯 유난스러운 삶의 태도가 되레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의 극심한 완벽주의가 30여년간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무한의 감동을 선사한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올해 다시 마주한 키스 재럿은 지난가을과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다. 지난해에는 두 대의 피아노 중 하나를 고르는 데 30분 이상을 필요로 했고, 매사에 고압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엿보일 만큼 시종일관 공연 기획팀을 긴장시켰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바로 지난해 트리오 공연의 1부가 끝났을 때다. 관객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도 놀랍도록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맞이했다. 그동안 우리 재즈 팬들이 그의 내한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그 진심(盡心)이 거장의 마음을 단번에 휘저어 놓았다는 얘기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이번 공연이 시작되기 15분 전, 키스 재럿이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 중 어느 색이 더 중요하냐”고 물어왔다. “동등하다”는 답에 그는 1부에서 붉은 셔츠를, 2부에서 남색 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미 그는 한국 관객을 배려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섯 번의 앙코르 연주까지 마치고 마이크 앞에 선 그가 다음과 같은 끝인사를 던졌다. “너무 오래 기다려준 여러분들께 감사한다.” 말인즉슨, ‘한국을 너무 늦게 찾아와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우리 관객들이 키스 재럿을 이겼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