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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장기하와 얼굴들>을 통해 한층 더 ‘밴드’다워진 음악으로 돌아온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들. 왼쪽부터 정중엽(베이스)·이민기(기타)·장기하(보컬)·김현호(드럼)·이종민(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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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두번째 앨범
미미시스터즈 빠지고 건반·기타 가세해 변화
구성원 모두 편곡 참여 60·70년대 느낌 그대로
9일 발매되는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제목은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보통 앨범 제목이 밴드명이면, 십중팔구는 데뷔 앨범이다. 사람들에게 생소한 밴드명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려는 목적도 있다. 그런데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장기하와 얼굴들이 왜 이제 와서 새삼스레 이런 제목을?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도 있는데, ‘우리는 밴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사실 1집은 솔로 앨범을 생각하고 작업했던 터라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저 혼자 다 했어요. 다만 공연을 위해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활동한 거였죠. 하지만 2집은 달라요. 곡은 제가 썼어도 편곡은 밴드 구성원들 다 함께 했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음악적으로 엄청나게 다르거든요. 우린 정말로 ‘밴드 음악’을 했어요.”(이하 장기하)
밴드 구성원도 1집 때와 좀 달라졌다. 장기하(보컬)·이민기(기타)·정중엽(베이스)·김현호(드럼)는 그대로이되, 독특한 무대 매너로 눈길을 끌었던 미미시스터즈(안무·코러스)가 빠지고 대신 이종민(건반)이 정식 멤버로 들어왔다. 또 김창완밴드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객원 멤버로 참여했다.
둘의 가세는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건반이 한두 곡에만 들어갔던 1집과 달리 2집에선 대부분의 곡에서 건반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이종민은 피아노, 해먼드 오르간, 아날로그 무그 신시사이저, 일렉트릭 피아노, 멜로트론, 클라비넷 등 갖은 건반 악기를 곡마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연주한다. 그러면서도 1960~70년대 음악의 느낌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우리 모두들 얼마 전부터 유독 건반이 들어간 음악을 즐겨듣게 됐어요. 멜로트론이 들어간 비틀스 곡이라든지 키보드가 주도하는 도어스의 곡을 많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의 곡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1집에서 산울림 같은 우리 옛날 음악의 영향을 주로 받았다면, 2집에선 서양의 옛날 음악 영향도 함께 받았다고나 할까요?”
신중현, 산울림 음악에 반해 15년 넘게 한국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하세가와 요헤이도 이번 앨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연주에 참여한 건 공동 타이틀곡 ‘그렇고 그런 사이’ 등 네 곡뿐이지만, 다른 곡을 작업할 때도 옆에서 지켜보며 편곡 아이디어를 내고 특이한 효과를 내는 장비를 빌려주는 등 도움을 줬다. 하세가와는 “같이 노는 게 재밌어서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를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앨범은 무려 2년4개월 만의 신보다. 2008년 10월 발표한 데뷔 싱글 ‘싸구려 커피’로 벼락 스타가 된 장기하는 이듬해 2월 발표한 1집 <별일 없이 산다>로 돌풍을 이어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초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저는 쉬엄쉬엄 사는 사람인데, 너무 바빠지니 스스로 이건 좀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6개월 정도 무작정 쉬었죠. 이후 1년 가까이 2집을 준비했어요.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이젠 유명해졌다는 사실에 적응도 됐고요, 음악만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무대에 설 겁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7~19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02)563-059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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