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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9 20:20 수정 : 2011.06.09 21:59

백건우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
30년전 선뵌 ‘연대기 구성’ 접목
단테 등 문학서 영감 받은 곡에
후기 작품·‘소나타b단조’ 등 엮어

1980년대 프랑스 파리, 30대의 젊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6번에 걸친 프란츠 리스트 독주회를 기획했다. 리스트의 주요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연주를 들으면서 작곡가의 생애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한 구성이었다.

그는 리스트의 작품 세계를 세 부분으로 나눴다. 기교를 과시하던 젊은 날의 ‘비르투오소 리스트’, 신앙에 귀의하는 듯한 ‘종교적인 리스트’, 고국인 헝가리에 대한 향수가 묻어나는 ‘헝가리안 리스트’로 구분하고, 3~4년에 걸쳐 원전에 가장 가까운 판본의 악보와 작품에 관련된 문헌을 구하러 다녔다. 그는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기존의 판본을 사용하지 않고, 작곡가의 가족이 설립한 재단이나 헝가리의 박물관을 두드렸다. 잘 연주되지 않은 리스트의 후기 작품도 발굴해 레퍼토리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연주했다. 유럽의 청중은 마치 순례자처럼 리스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하나하나 짚어내려간 백건우의 연주에 탄복했다. 그는 퍼즐처럼 흩어져 있는 음악적 단서들을 독창적으로 재구성해 스스로 리스트의 현신이 되어 있었다. 클래식 음악계에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피아니스트마저 흔치 않던 시절, 백건우 신화는 이렇게 움텄다.

그 후 30년이 흘러, 백건우(사진)는 6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그가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 청중 앞에서 리스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순례한다. 이번에는 ‘문학과 피아노’, ‘후기 작품’, ‘소나타’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누고 2회짜리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리스트가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을 녹여낸 표제적 모음곡 <순례의 연보 제1년-스위스>, <순례의 연보 제2년-이탈리아>, <순례의 연보 제3년-이탈리아>로 뼈대를 세우고 사이사이에 ‘녹턴’(야상곡), ‘바가텔’ 등 소품으로 살을 붙였다. 이달 17일과 23일 각각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과 안양아트센터 관악홀에서, 19일과 25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총 2회로 구성된 연주회 중 첫날(17일·19일)은 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들로 꾸며진다. ‘문학과 피아노’라는 주제로 <순례의 연보 제1년-스위스> 중 ‘오베르만의 골짜기’, <위로> 제3번, <2개의 전설>, <순례의 연보 제2년-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 소네토’ 제104번 등을 연주한다. ‘오베르만의 골짜기’는 프랑스의 문학가 세낭쿠르의 소설 <오베르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프랑스 혁명 당시 작가가 겪었던 인간적인 고뇌와 절박함을 그려내고 있다. <2개의 전설>은 중세의 대표적 성인 성 프란치스코의 행적을 음악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첫날 음악회는 <순례의 연보 제2년-이탈리아> 중 ‘단테를 읽고’로 마무리된다. 이 제목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시 <단테를 읽고>에서 따온 것이다. 문학적 영감이 단테에서 위고를 거쳐 리스트로 이어져 음악으로 형상화되는 광경을 접할 수 있다.

둘째 날(23일·25일)은 화려한 시절을 뒤로하고 노년에 접어든 리스트가 자신의 고독과 고뇌를 담아낸 후기 작품들로 구성됐다. <순례의 연보 제3년-이탈리아> 중 ‘애처롭도다’와 ‘마음을 정결하게’를 비롯해 <5곡의 헝가리 민요>, <스케르초와 행진곡> 등 평소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백건우는 “리스트의 후기 작품을 보면 화려했던 명성의 뒤편에서 그가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는지, 조국인 헝가리를 얼마나 마음에 두고 그리워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며 “리스트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후기 작품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주회의 대미는 리스트의 음악성이 집대성된 ‘소나타 b단조’로 장식된다. (02)318-4301.

김소민 음악·공연칼럼니스트 somparis@naver.com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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