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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4 20:12 수정 : 2011.08.04 20:12

사진작가 강영길씨의 ‘대나무’ 시리즈 중 한 작품. 가나컨템포러리 제공

사진작가 강영길 개인전 ‘타임’
‘존재’ 주제로 암흑속 대나무 찍어
“제 심상의 풍경 나타내려 했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형상이 곧게 뻗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디마디 잘생긴 한 그루 대나무다. 사진의 오른쪽 또는 왼쪽 가장자리에 놓인 대나무 한 그루 외에 나머지 여백은 온통 까만 어둠이다. 그 공간 속에는 빽빽한 대나무 숲이 숨어 있다. 마치 한 폭의 묵죽화를 연상시킨다.

사진작가 강영길씨가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에서 ‘존재’를 화두 삼아 열고 있는 7번째 개인전 ‘타임’에서 선보인 대나무 시리즈 사진이다. 흑백의 대나무 사진뿐만 아니라 붉은색이나 어두운 연두 계열의 색이 입혀진 신작 모두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백, 다시 말해 어둠은 인생의 고뇌를 뜻합니다. 그런 속에서도 묵묵하게 질긴 생명력으로 서 있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런 개념을 떠올리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사진의 기록성보다는 그림처럼 제 심상의 풍경을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하염없이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끝날 것 같지 않은, 빛도 존재하지 않는 깊은 밤 시골의 들판에서 느꼈던 막막한 슬픔과 나를 집어삼킬 듯한 완벽한 어둠 속에 있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강영길 작가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일관된 주제로 삼으면서, 바다, 유리잔, 수영장, 대나무 등의 풍경과 사물을 작업 소재로 다뤄왔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대나무 연작 외에도 붉은 수영팬티를 입은 남자가 찬란한 햇살을 받고 고독하게 헤엄치는 모습과 붉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 남자가 물속에 누워 있는 기괴한 모습을 담은 수영장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붉은색 넥타이와 푸른색 수영장 물의 선명한 시각적 대비를 통해 삶의 허무함과 고독을 드러내려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결과적으로 시간을 견딘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인생 자체가 그런 것처럼. 수영장 시리즈는 누군가가 수영을 하고 있는데 마치 현실이 현실로부터 분리되고 있는 것 같은, 하루키 소설처럼 묘한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수영장의 빨간 인상만 보이면서 수영하는 사람이 마치 어디로 분리되어 사라질 것 같은 슬픈 감정이 들어서 찍었어요.”

15점의 아름다운 작품에는 카메라 파인더에 포착된 피사체들이 마치 극사실적인 그림처럼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지만 ‘존재’와 ‘소멸’이라는 작가의 실존적 고민이 숨겨져 있다. 15일까지. (02)720-1020.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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