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25 20:23
수정 : 2011.08.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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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템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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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화두…3개 공연 초청
평론지 ‘템페스트’에 만점
1947년 처음 열린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연예술 축제 중 하나다. 규모, 지명도 면에서 잘츠부르크, 루체른과 더불어 유럽의 3대 예술축제로 손꼽힌다. 특히 올해 축제(8월14일~9월4일)를 주목할 이유가 있다. 축제 사상 처음 극단 목화의 연극 <템페스트>(사진), 안은미무용단의 춤극 <프린세스 바리>, 정명훈 예술감독의 서울시향 연주 등 한국 공연 단체 3곳의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이다.
국내 공연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한 사례는 숱했지만, 이번에 처음 공식 초청 무대가 집중된 이유는 올해 에든버러의 화두가 ‘동양’이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아온 조너선 밀스는 임기 초부터 ‘동양 문화’를 화두로 한 축제를 추진했고, 한국도 수차례 방문해 초청작을 물색해왔다. 실제로 이번 축제에는 한·중·일 공연단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유럽 문화와 연관된 이종교류 작품을 중점소개한 것도 에든버러만의 차별화한 시선을 드러낸다.
압도적 예산과 인력을 앞세운 중국이 돋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올해 한국의 3개 참여단체는 기대 이상 선전했다. 특히 2007년부터 밀스가 공들여 유치한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8월13~16일 공연)는 신인 배우들의 혼신어린 연기와 실감나게 번역된 영어 자막이 입소문으로 퍼져 마지막 공연은 전석 매진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지 일간지 <헤럴드>가 우수 참가작에 주는 ‘헤럴드에인절스’ 상도 받았고, 현지 연극평론지 <리스트>는 이례적으로 목화의 공연에 별 다섯개 만점을 주었다.
이번 축제의 성공은 다른 유럽 페스티벌과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축제 매니지먼트 팀장 조애나 베이커는 “2~3년에 한 번씩 방문하는 단골 관객이 많다”고 했다. 매년 4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외국 관객들이 계속 다시 찾는 이유는 수준 높은 신작을 싼값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공식 초청작은 세계 초연이거나 영국 초연작으로 제한된다. 귀빈석이 수십만원인 잘츠부르크, 루체른 페스티벌에 비해 이곳 티켓은 몇만원 안팎. 학생과 주민에게는 절반 가까이 할인된다.
공연 분위기도 유럽 대륙의 축제들과 다르다. 클래식 공연이라도 턱시도와 드레스, 리무진 경연장이 되는 잘츠부르크와 달리 에든버러 관객들은 캐주얼 차림으로 소박하게 관람한다. 관객 절반은 스코틀랜드, 30%는 영국 다른 지역에서 온다. 외국 관광객은 20%에 불과하다. 해외로 갈 여력이 없는 영국인들에게 훌륭한 대안 축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서민층을 겨냥한 마케팅은 공연작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기 과시나 기념적 의미보다 작품에 진정으로 ‘충성하는’ 관객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런던에서 왔다는 한 관객은 “3년 전 열광하며 보았던 극단이 신작을 들고 온다고 해서 다시 에든버러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들이 동쪽을 바라보는 지금, 우리가 그 시선을 중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든버러/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
사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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