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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8년 만에 첫 국내 앨범 <핑크 블러섬 파티>를 발표한 5인조 밴드 훌 멤버들. 왼쪽부터 최윤상(장구·꽹과리·북), 홍도기(태평소·피리), 김선미(건반), 류하림(드럼), 김엘리사(베이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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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핑크 블러섬 파티’ 낸 ‘훌’
아악 등에 전자음악 결합
‘슈퍼장구’ 등 공동개발도
독일 등 외국서 먼저 호응
결성 8년만에 첫 국내 앨범
국악과 양악의 벽을 무너뜨린 5인조 밴드 ‘훌’(wHOOL)의 로고에선 대한민국 지도가 보인다. 붓글씨로 쓴 ‘훌’로 한반도를 형상화했고, 제주도·울릉도·독도를 상징하는 검은 점을 찍었다. 훌의 대표 최윤상은 “훌이 곧 대한민국 자체라는 의미”라고 했다.
타악기 연주자 최윤상은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 재학 시절 창작 국악 실내악단 슬기둥 단원, 서울국악관현악단 악장을 지냈다. 1997년 졸업작품으로 구상한 타악그룹 공명 대표를 맡아 졸업 뒤에도 활동을 이어갔다. 공명은 당시 타악기 연주자 원일이 만든 타악그룹 푸리와 함께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러나 최윤상은 2003년 초 말 못할 개인 사정으로 공명을 후배들에게 넘기고 나왔다. 음악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모든 걸 훌훌 털고자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때마침 시드니에서 열린 ‘빅데이아웃’ 록 페스티벌에 간 그는 영국 일렉트로닉 그룹 언더월드의 무대에 빠져든 젊은이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국악과 전자음악을 결합하면 세계인이 열광하겠구나.’
누구나 즐기는 국악을 꿈꿨던 그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훌’이란 이름도 정했다. 훌훌 털고 새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귀국하자마자 전자음악 권위자를 수소문해 이돈응 서울대 작곡과 교수를 찾아갔다. 마음이 맞은 둘은 장구에 전자악기 요소를 도입한 ‘슈퍼장구’를 공동개발했다. 훌 멤버들을 모집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반응은 외국에서 더 뜨거웠다. 2005년 독일에서 먼저 음반을 발표했고, 프랑스·이집트·터키 등 전세계를 돌며 초청 무대에 섰다. 지난해에는 남아공 월드컵 한국 홍보대사로 위촉돼 아프리카 순회공연을 돌았다. 또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힌두 페스티벌에도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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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국악이니 하는 장르나 형식 따위는 무의미해요. 국악을 바탕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면 록이나 심지어 댄스 음악도 할 수 있어요.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야말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 같습니다.”(최윤상)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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