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1.03 20:35 수정 : 2011.11.03 20:35

북아현동3(부분)

‘개념적 리얼리즘’ 전시 3곳 눈길

1970~80년대 이후 ‘포스트 민중미술’의 싹을 틔웠던 ‘개념적 리얼리즘’ 작가들의 전시회가 요즘 잇따라 열리고 있다. 현실 참여적 메시지를 쏟아내는 일반적인 민중미술과 거리를 두고 리얼리즘의 개념 자체를 탐구해온 작가들이 오늘의 세상을 보고 느낀 생각을 풀어낸 작업들이다. 다시 말해 민중미술과 포스트 민중미술을 잇는 작가들의 담론인 셈이다.

마음 거짓없이 담다

최진욱의 ‘리얼리즘’

최진욱
서울의 달동네인 북아현동 좁은 골목길을 여고생 4명이 재잘거리며 걸어간다. 밝은 대낮인데도 그들 머리를 덮는 하늘은 짙은 회색빛. 건물들은 위태롭게 기울어지고 화재에 불탄 마을버스가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질주해온다.

리얼리즘 작가로 미술판에 알려진 최진욱씨의 그림 <북아현동> 연작은 섬뜩하다.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최진욱, 리얼리즘’(27일까지)이란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에 내걸린 그림들은 얼른 보기에 리얼리즘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1990년대 초부터 작가가 ‘감성적 리얼리즘’, ‘신비하고도 과학적인 리얼리즘’, ‘가슴 벅찬 세상의 리얼리티’라고 이름 붙인 작업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화풍을 이렇게 설명했다. “리얼리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어떤 사회 현실에 관한 것이잖아요. 제 리얼리즘은 실제로 무엇을 느끼냐는 것입니다. 감성적이라는 게 피부에 와닿은 리얼리즘이라고 할까요. 흔히 리얼리즘 그림에서는 그리는 작가가 그려지는 대상에서 배제되기 쉬운데 저는 현실의식을 느끼는 작가의 마음 상태를 거짓 없이 담으려고 했죠.”


들(부분)

오색 콩들 세상을 품다

정정엽의 ‘오프 빈’

정정엽
서울 한남동 갤러리 스케이프에 마련된 여성 작가 정정엽씨의 개인전 ‘오프 빈’(20일까지)에서도 핏빛 이미지들이 출렁거린다. 그림 속에서 무수한 콩과 팥들은 분출하는 용암처럼 격렬하게 춤추기도 하고 마치 붉은 피가 한꺼번에 화폭 밖으로 쏟아져 나올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콩은 하나의 씨앗이면서 움직이는 점이죠. 특히 우리나라 콩은 모든 빛깔을 다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우리 땅에서 자란 씨앗들이, 그 콩들이 우리의 빛깔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미학적으로 보면 우리가 잃어버린 색깔, 우리의 자존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80년대 진보 미술인들의 동인단체 두렁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그에게 모든 곡식은 날것이며, 씨앗이자 열매다. 또 운동에너지이자 이념과 비밀을 품고 있는 작은 세상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붉은 팥 그림들을 모은 개인전 <레드 빈>에서 나약한 씨앗들이 거대한 덩어리로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작업을 선보였던 그다. 또 푸른 콩과 붉은 팥을 섞어놓아 색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어 남북한 이념 대립의 허구성을 꼬집기도 했다.


어쩌면 당신을 사랑하게 될런지도 몰라(부분)

누추한 삶 사랑스러워

황세준의 `어쩌면…’

황세준
서울 안국동 나무갤러리에서 3일 개막한 황세준 작가의 개인전 ‘어쩌면 당신을 사랑하게 될런지도 몰라’(15일까지)도 ‘개념적 리얼리즘’과 궤적을 같이하는 전시다.

작가는 도시 변두리의 누추함과 소소한 삶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값싼 욕망과 위태로운 평화 등을 무심하리만큼 담담하게 보여준다.

전시 제목과 같은 제목의 작품(2011)에서는 입시철에 치성을 드리려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 난장판이 돼 버린 대구 팔공산 갓바위의 풍경을 담았다.

<세계배Ⅱ-휘영청 봄밤>(2011)은 보름달이 비추는 평화로운 달동네 위를 거대한 스텔스 전투기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굉장히 왜곡되고 비틀어지고 신산스런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것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죠.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감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누추한 것을 보면서 어떻게 더 애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지 질문해보았습니다. 어쨌든 내가 사는 세상이니까요.”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