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07 19:56
수정 : 2011.11.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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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리의 대가 묵계월(90·무형문화재 57호 명예보유자)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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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민요’ 대가, 제자들과 기념무대…“일제 땐 숨어서 불러”
“11살 때 경기민요의 경쾌하고 산뜻한 매력에 푹 빠져 소리를 한 지 어느덧 80년 세월이 지났습니다. 일제 때는 우리 가무를 금지해 몰래 숨어서 불러야 했지요. 어쩌면 사랑스러운 제자들과 함께하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무대여서 소중합니다.”
경기소리의 대가 묵계월(90·사진·무형문화재 57호 명예보유자) 명창이 소리 인생 80년을 기념해 국악 한마당 ‘사제와 함께 하는 소리’를 8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KBS)홀에서 연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와 전수조교 김영임씨를 비롯해 최근순, 최은호, 박윤정씨 등 6살 꼬마 명창들부터 60살 넘은 노제자들까지 150여명이 출연해 <창부타령> <청춘가> <태평가> <풍년가> 등 ‘묵계월류 경기민요’의 원형을 들려준다. 또 소리·춤판의 오랜 지인들인 이은관·이은주·임이조씨 등도 우정 출연해 <노랫가락> <기원무> 등 축하 무대도 꾸밀 예정이다. 공연에 맞춰 그와 애제자 김영임씨가 함께 부른 ‘묵계월제 경기긴잡가’와 ‘민요’ 음반도 발매된다.
묵계월 명창은 “소리는 내 인생의 전부다. 힘이 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소리를 해야 된다는 생각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1살 때부터 첫번째 스승 이광식에게 2년 동안 사사했다. 그 뒤 주수봉·김윤태·최정식 등 당대 최고 가객들로부터 경기도·서도 민요와 시조·가사 등을 배운 뒤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소리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36년 경성방송국에서 고정출연했고, 39년 경성 부민관 명창대회에 출연하면서 ‘10대 소녀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다. 57년 신세계 레코드사에서 경기민요를 첫 녹음한 뒤 60년대 일본 등으로 순회공연을 다녔다. 75년 중요무형문화재 57호(경기민요) 기능보유자로 지정됐으며, 92년 한국국악협회가 주는 국악대상, 97년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국악이론가 권오성(70·예술원 회원)씨는 “묵계월 명창은 90살 고령에도, 목이 영글고 단단해 긴 잡가를 오랜시간 불러도 지치거나 막힘이 없다”면서 “곰삭은 성음을 자랑하던 명창으로서 지금까지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묵 명창의 소리 인생 80년 기념 공연은 오는 19일 낮 12시10분 <한국방송(KBS)>1텔레비전에서 녹화방영한다. (02)516-966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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