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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연습실에서 ‘50대연기자그룹’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이 연극 <레미제라블>을 연습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은 40여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2시간40분짜리 대작 연극이다. 50대연기자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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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시리즈 ‘레미제라블’
“늦기 전에 의미있는 무대”
10~76살 배우 40명 비지땀
제작진 등 모두 ‘노개런티’
후속 명작 시리즈도 구상중
요즘 서울 동숭동 좁은 길가의 ‘대학로연습실’ 4층에는 매일 밤 10시까지 불이 환히 켜져 있다. 지난 9월부터 두달 넘게 10살 초등학생부터 76살 노배우까지 배우 40여명이 오후 1시부터 모여 대사를 맞추고, 동선을 다듬고 있다.
이들의 연습은 30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려지는 연극 <레미제라블> 공연을 위해서다. 대학로 터줏대감 격인 ‘50대연기자그룹’을 주축으로 배우 40여명이 출연하는 <레미제라블>은 ‘정통연극’의 부활을 표방하는 2시간40분짜리 대작. 빵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하고 출옥한 뒤 미리엘 주교의 사랑에 감화된 주인공 장발장의 감동적인 삶을 담은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공연계 대목인 겨울 시즌, 화려한 대형 뮤지컬과 로맨틱 코미디 연극들이 관객을 유혹하는 대학로의 한편에서 묵직한 감동으로 원작의 인도적 메시지에 충실한 ‘연극 그대로의 연극’을 선보일 참이다. 오현경, 박웅 등 원로 연극배우들부터 정상철, 이승호 등 ‘50대연기자그룹’ 소속의 중견배우들과 20~30대 신진 배우들, 10대 아역까지 거의 전 연령대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공연 규모만큼이나 제작 방식도 이채롭다. 연극에 참여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은 일절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공연 예술감독을 맡은 윤여성 ‘50대연기자그룹’ 회장 등은 직접 사비를 털어 제작비를 댔다. 연극배우 출신인 송승환 한국뮤지컬협회장도 공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선뜻 지원금을 내면서 제작을 도왔다. 티켓 판매 등으로 생긴 수익금은 공연 이후 공동배분할 예정이다.
공연의 중심축인 ‘50대연기자그룹’은 81년 시작된 연극인들의 모임이다. 지금은 국회의원인 최종원씨가 초대 회장을 맡아 처음엔 ‘30대연기자그룹’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시간이 흐르며 소속 배우들의 머리가 차츰 희끗해지면서 ‘40대연기자그룹’, ‘50대연기자그룹’으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이어왔다. 1991년에 출범한 ‘한국배우협회’와는 별개로, 주로 동년배 연극인들이 친목을 다지는 모임 구실을 하면서 틈틈이 공연도 올려왔다.
그러다 2009년 “더 늦기 전에 의미있는 명작을 무대에 올려보자”는 취지에서 의기투합해 이번 <레미제라블>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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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종원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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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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