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10 21:13
수정 : 2011.11.10 21:13
|
판화가 김봉준
|
판화가 김봉준 일본 첫 개인전
18일부터 80년대 작품 등 선봬
1980년대 걸개그림과 목판화 작업으로 민중미술운동의 중심에 섰다가 90년대 이래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산골마을에 칩거하면서 붓그림, 판화 작업 등을 해온 김봉준(57·사진) 작가가 첫 일본 개인전을 연다. 도쿄의 진보적 대안공간인 갤러리 마키에서 18일부터 12월3일까지 열리는 판화전 ‘희망의 종(種)’이다.
“전시 제목을 ‘희망의 종’, 곧 ‘희망의 씨앗’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은 동아시아에서 희망의 미학을 찾아보자는 뜻입니다. 존재론적 절망이나 우울하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동아시아의 전통인 생명의 에너지와 신명을 공동체적으로 풀어보자는 것이죠. ”
지난 주말 찾아간 진밭마을 작업실에서 그는 일본 전시에 출품할 붓그림과 판화들을 갈무리하면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을 하던 시절 농촌과 노동현장을 담은 목판화 25점과 1993년 원주로 들어와 암투병을 하면서 작업하기 시작한 붓그림과 신작 목판화 등 50점을 가져갈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붓그림은 암으로 쓰러진 뒤 영성의 신화에 눈을 뜨면서 “신성한 힘을 예술로 구현하려고” 작업한 작품들이다. 친환경 농사를 담은 ‘오리들 물을 찾았다’(1998), ‘깨끗한 농사’(1999년), ‘오래된 집’(1998), ‘햇살 같은 복지’(2011) 등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주제로 담겨 있다.
작품을 고른 일본의 미술이론가 후루카와 미카는 “그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연결한 민화풍”이라며 “판화와 시서화, 테라코타 등에서 어딘가 일본의 ‘민예’와도 통하는 것이 있다”고 평했다.
작가 또한 내내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삶에 깃든 신명과 생명력이 최근 자기 작업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저의 목판화와 붓그림은 ‘자연의 생명력의 질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적 미학으로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라는 실험과 도전의 작업입니다. 1982년 미술동인 ‘두렁’을 만든 이래로 공동체적인 신명을 어떻게 미술로 풀어볼까 죽 고민해왔습니다.”
김씨는 전시 기간인 19, 20, 22일 게이오대학 등에서 3차례 ‘동아시아의 전통과 도전’을 주제로 자신의 예술론도 강의할 계획이다. “한·중·일이 가해자든 피해자든 집단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 작가는 “서로가 폭력의 피해자인 만큼 그것을 치유하는 것이 평화운동이고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