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1.21 20:03 수정 : 2011.11.21 20:03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3)씨

9년만에 국내 독주회 여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내달 26일 모차르트·브람스 등 연주
바흐곡은 부친 타계 10년간 손 못대
“손가락부상으로 쉬면서 사명 고민”

“꿈 같아요. 한국에서 독주회를 여는 것은 2002년 이후 9년 만이네요.”

새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여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3·사진)씨의 목소리는 잔뜩 흥분돼 있었다.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지난 여름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오랜만에 무대에 선 뒤 ‘나는 역시 음악가의 삶을 타고 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를 완전히 접고나서 과거 50년간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살았어요. 바이올린이 아니면 내게 주어진 사명이 뭘까 고심하며 인간 정경화로 살았죠. 그런데 그 5년 사이 제일 소중한 분들을 잃었어요. 이제 다시 무대로 돌아와 그분들을 위해 연주하려고 합니다.”

정씨의 말대로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이들을 생각하며 꾸몄다. 지난 5월 별세한 어머니 이원숙씨를 비롯 2007년 전 떠난 큰 언니 명소씨와 자신의 음악적 멘토 크리스토퍼 레이번에게 바치는 곡들이다. 레이번은 1970년 정씨의 첫 레코딩을 맡아 명성을 안겨준 전설적인 프로듀서다.

1부의 첫 곡인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마단조>는 모차르트가 프랑스 파리 연주여행 도중 어머니를 여의고서 작곡한 작품이며 두 번째 곡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어머니가 생전 가장 좋아하던 곡이다. 2부에는 아버지 생전 마지막으로 들려드렸던 바흐 와 레이븐에게 헌정하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를 연주한다. 특히 는 80년 부친이 타계한 뒤 10년간 손도 대지 못할 만큼 그의 가슴을 울렸던 작품이다.

정씨는 독주회에 앞서 12월13일 이화여대 대강당과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회관에서 언니 첼리스트 명화씨·남동생 서울시향 상임 지휘자 명훈씨와 함께 어머니를 위한 별도의 추모 음악회도 연다. 이화여대는 어머니의 모교이자, 정 트리오가 어릴 적 함께 연주했던 추억이 어린 곳이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세 남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리다.

“67년 리벤트리트 콩쿠르에 나갔을 때가 떠올라요. 시애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저희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하루 20시간씩 쉬지 않고 일하던 어머니가 날아와서 곁을 지켜 주셨죠. 너무나 긍정적인 분이라 함께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연주 인생을 바꿔 놓은 리벤트리트 콩쿠르 우승까지도 어머니의 공으로 기억했다. “어머니가 아버지, 큰 언니랑 하늘에서 제 연주를 보면 ‘경화가 청중 앞에 서서 다시 음악을 나눌 수 있구나’ 하고 흐뭇해하시겠죠.”


김소민 객원기자 som@naver.com, 사진 뉴시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