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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8 20:27 수정 : 2011.12.08 20:27

자독 벤데이비드 개인전
“죽음과 생명 공존 삶 표현”

전시장에 들어서자 둥근 모랫바닥 위에 무수한 검은 들꽃과 나무의 실루엣이 서 있다.

“그냥 작품을 보면서 걸어보세요! 그러면 보이고 느껴질 것입니다.”

작가의 조언대로 작품 주위를 돌아가니까 검은색으로만 보이던 들꽃과 나무들이 화려하게 피어나면서 죽음의 공간은 생기 가득한 생명의 공간으로 바뀐다. 작가는 “매직”이라며 웃었다.

이스라엘 작가 자독 벤데이비드가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대형 설치작품 <검은 들판>(사진)으로 서울 서초동의 비영리 전시공간 아트클럽1563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2004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순회전시하고 있는 이 작품은 빅토리아 시대의 식물도감에 나오는 삽화에서 모양을 따왔다. 900여종 1700개 들꽃과 나무 모습을 철판 조각으로 만든 뒤 한쪽은 검게, 다른 쪽은 화려하게 채색해서 고운 모래 위에 설치했다. 그동안 직사각형 모랫바닥에 전시했지만, 이번 한국 개인전에서는 처음으로 지름 10m의 원형작업을 선보였다.

“사람들은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 검게 죽어있는 식물의 모습에서 자기도 모르게 슬픔과 죽어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다 전시를 보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화려한 식물의 모습을 발견하고 살아있는 감정과 행복을 느끼죠. 그 순간이 작가에게는 가장 행복합니다.”

그는 “죽음과 생명, 즐거움과 슬픔,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삶을 표현하려고 했다. 인류와 생명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다 보면 어둡고 검은 면도 있지만 화려한 면도 있게 마련이니까 희망을 잃지 말라”며 지난 일화를 들려주었다.

2년 전 이스라엘 텔아비브 전시회 때 말기암에 걸린 젊은 여성이 작품을 보고 “이 모든 것이 내 삶인 것 같다. 여기서 죽고 싶다”고 울면서 말했다. 당시 그는 멕시코에 있었는데 그의 동료가 그런 사연을 전화로 알려왔다. 그는 그 환자에게 “완쾌되기를 빈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 작품의 꽃 한 송이를 동봉해서 보냈다. “2주 뒤 그 환자의 어머니가 와서 딸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내 딸이 행복하게 죽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요. 작가로서 잊지 못할 보람을 느꼈습니다.”

1949년 예멘 베이한에서 태어난 자독은 그 해 이스라엘로 이민을 간 뒤 런던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는 1988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8년 싱가포르 비엔날레, 2010년 부산 비엔날레 등에서 이스라엘 대표작가로 활동해왔다. 전시는 내년 2월10일까지. (02)584-5044. 정상영 기자 사진 아트클럽156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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