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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가 윤동천(5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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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천 개인전 ‘탁류’
4대강·FTA 등 한국현실 풍자
쥐덫·살충제 등으로 표현한
신랄한 상상력에 포복절도
“내가 지금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그치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다.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전에….”(‘시여, 침을 뱉어라’ 중에서)
1960년대 암울했던 시절 시인 김수영은 ‘참여시’로 독재와 억압이 만연하던 세상에 침을 뱉었다. 중견화가 윤동천(52·위 사진)씨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4대강 사업, 경제정책 실패, 언론 왜곡, 막개발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한국 현실에 거침없이 침을 뱉었다. 침이 아니라 거의 가래 수준이다. 또 그런 현실을 초래한 정치인들에게 ‘주먹감자’를 먹이고 표백제와 살충제를 뿌려댄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오시아이(OCI)미술관에서 ‘탁류’(Muddy Stream)를 주제로 열고 있는 그의 개인전 풍경이다.
“요즘 시대가 너무 탁한 것 같아요. 이런 한심한 시대가 제게 저런 작업을 하게 만들었어요.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었습니다. 또 그런 시대를 만든 것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고요.”
그는 “전시회의 주제 ‘탁류’는 제가 지금 이 시대를 읽는 관점”이라며 “지금 시대에 대해서 더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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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를 위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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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충제나 표백제, 쌀벌레 제거제 등에 붙어 있는 ‘도망갈 틈 없이 뿌린 즉시 살충’, ‘찬물 세척에 표백 살균까지’, ‘살균 99.9%’, ‘살균, 소독, 악취 제거까지’ 같은 표현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것들은 다 옛날에 생각했던 것인데 다시 하려고 하니까 ‘내가 상상력이 고갈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대가 변하면 상황이 달라져야 하는데 너무 똑같으니까 결국 저런 이야기를 계속한다는 게 한심하더라고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심한 비애감을 느꼈어요. 이 나이에 저런 똥바가지 만들면서 전시회를 준비한다는 게…. ” 윤동천 작가가 3년여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은, 현실을 직시하며 끊임없이 예술과 사회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려는 작가의 철학과 풍자와 해학이 빚어내는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다. 다음달 15일까지. (02)734-0440.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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