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12 20:28
수정 : 2011.12.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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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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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특급대우인가, 무리한 예산집행인가
서울시의원 “과다” 지적
용처 불분명 비용등 도마
김상수-진중권 논란 키워
“세계 최정상 악단들 지휘”
서울시향에선 정면 반박
지휘자 정명훈(58·사진)은 20억원대 연봉을 받을 만한 세계적 대가인가, 아닌가. 6년째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을 이끌어온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달 말 재계약을 앞두고 ‘과다 급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7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장정숙 시의원(민주당)은 지난해 한해 정 감독에게 시민 혈세 20억원이 급여로 지급된 사실을 공개하면서 액수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 뒤 연극연출가 김상수씨는 <한겨레> <프레시안> 등에 칼럼을 실어 ‘과도한’ 연봉은 2005년 정 감독을 영입한 이래 밀착 관계를 유지해온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토목공사식 성과주의’의 폐단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트위터 등에서 “예술의 문제는 예술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반박했고, 경제·문화계 논객들도 가세하는 등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시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 감독은 연봉, 활동비를 포함해 20억4200만원을 받았다. 한번 지휘에 4244만원을 받았고, 유럽 출장 때는 1등석 비행기 왕복표 2장이 연주 횟수에 관계없이 지급됐다. 또 ‘업무와 관련해’ 연간 1회 유럽 왕복 항공표(비즈니스 클래스 3장)와 연간 2회 한도로 정 감독 매니저의 유럽 왕복 항공표(비즈니스 클래스 1장)까지 받았다. 유럽에 상근하는 외국인 보좌관 활동비 3만유로(약 4500만원)와 해외협연자 섭외비 등 사용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비용 4만유로(약 6000만원)도 그의 계좌에 입금됐다.
정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은 막대한 보수와 특전을 누릴 만큼 그와 시향의 연주력이 세계적 수준이 아닌데도 고액을 타간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요 악단 지휘자들 중 회당 4000만원 이상 받는 상임지휘자는 거의 없으며, 국내 호텔숙박비 4000만원을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타가는 등 내용이 불투명한 지출이 적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댄다.
클래식계 시각은 다르다. 그가 시향 유료관객수를 비약적으로 늘렸고, ‘말러 시리즈’ 등 새 레퍼토리 개발로 악단 위상을 높인 만큼 연봉액 시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이들이 상당수다. 시향 쪽도 그의 급여는 음악감독으로서의 기본급보다 회당 지휘료가 훨씬 많은 구조에서 산출됐다는 특수성을 강조한다. 시향 관계자는 “영국 <가디언> 등을 보면 런던 주요 악단 상임지휘자가 연주당 2만5000파운드(약 4400만원)를 받는다”며 “빈필·베를린필 등과 연주했던 1급 지휘자인 그가 1급 연주단체가 아닌 시향을 지휘하며 받는 대우로는 과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10대 악단 지휘자의 경우 지휘 횟수에 따라 매년 연봉이 20억~30억원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들쭉날쭉하며,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 지휘자들은 한해 최대 30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는 게 통설이라는 견해다.
현재 정 감독은 논란에 일체 입을 닫고 있다. 그를 공격한 연출가 김씨의 칼럼이 나오자, 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씨(유럽 체류중)가 ‘클래식 사정을 모르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반박글을 시향에 보냈으나, 정 감독은 공개를 막고, 시향 안에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향 재단이사회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정 감독 재계약건을 심의한다. 정 감독은 앞서 이번 주말 박원순 시장과도 만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쪽은 “현재 예술감독으로 정씨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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