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20 14:33
수정 : 2011.12.20 14:34
페이스북 사진클럽 ‘오빠네 사진관’ 사진 잡담
함께 나눈 사진과 이야기들 모아 6일간 전시회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모였다. 직업은 다양하다. 지역 약사회 회장도 있고, 현직 사진기자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9년째 살면서 한국에 남아공의 문화와 예술을 전하는 역할을 하는 문화전도사도 있고, 현대음악을 하는 음악가, 건축가, 와인을 전문적으로 맛볼 수 있는 펜션을 운영하는 이도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도 물론 있다. 나이도 30대~60대까지 광범위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진을 놀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40명이 페이스북에 모여 ‘오빠네 사진관’이라는 클럽을 만들었다. 클럽에서 이들은 사진을 찍고 올리고 이야기하며 놀았다. 각자가 찍어 올린 사진들에는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 이야기들이 오는 22일~27일까지 6일간 오프라인(정동갤러리 공간 루)에서도 펼쳐진다.
페이스북 사진 클럽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엿보면 이렇다.
건축가 윤한수씨가 지난 5월 외국 도시 광장에서 날아오르는 비둘기 사진을 올리자, 40명의 페이스북 마을 동지들이 댓글을 단다.
“새들 사진 보면 날개짓들이 넘 재밌어요. 특히 겨울철에 날아가는 연습하는 철새들 보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한수씨 지금?”
“ 떠나고 싶어서 몸살나는 수요일 오전! 아흐흑~ㅠ_ㅠ ”
“ 와,,, 잠시 ‘어름’ 하고 세상을 멈춰버린것 같아요~... ‘땡’하고 풀어주고 싶네요,,,ㅎㅎ ”
사진을 올린 이도 댓글을 단다. “저 이 사진 찍다가 새똥 얼굴에 맞았다는..” “지금 가방 메고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가고 싶어요...6년전에 갔었는데...또 가고 싶어집니다...ㅎ ”
다시 글이 이어진다. “ㅋㅋㅋㅋ 새똥 독성이 강해서 잘 안지워 질텐데...멀리서 봐도 한수님 사진인 줄 알겠어요..이젠..ㅋ”
대기업 직장인 박선화씨는 횟집 어항을 찍은 사진을 변주한 세 장을 올리고 평가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잡담인지 조언인지 일상인지 습관인지 모를 댓글들이 달린다.
“쥐치네...좀 고급 횟감을 찍지 ㅋㅋㅋ ”
“흐미.. 쥐치가 어부들이 먹는 횟감이여~~ 감생이 옆에 두고 쥐치 먹는다 하는게 저 쥐치여.. ”
“쥐치든 감생이든.... 사주기만 하믄 난 아무거나 다 잘 먹는디........ (궁시렁 궁시렁....)”
글을 올린 이가 ‘평가’를 독촉하는 글을 올리자 평가가 이어진다.
“첫번째 사진이 로모분위도 나고 색감도 독특하고...안에 있는 사람 디테일도 좋고...난 횟감에는 관심 없음.ㅋㅋㅋ.”
“첫번째 세번째 사진의 수족관 프레임이 걸리던데..저것을 없애도 되는거야? 그럼 사진 사이즈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해상도랄까.. 두번째 사진은 풀로 잡혀서 수족관이라는 선입관을 없앤것 같아서 좋던데.. ”
큐레이터 황소연씨는 “라벨의 ‘물의 희롱’이라는 곡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라며 추상사진에 가까운 사진을 한 장 올렸다. “물이 든 유리그릇을 피아노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라벨의 ‘물의 희롱’ 동영상도 물론 함께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칭찬과, 한 번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달린다.
“음률이 보입니다” “굳이 멀리 출사를 나가지 않아도, 주위의 사물이 모두 찍을거리임을 새삼 느껴요” “와우.. 영감이라.. 전 도무지 감이 안 잡히네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난 자연 상태서 나온 그림인 줄 알았어요. 나도 함 해봐야지”
이들은 함께 우포늪, 강원도 영월, 유부도, 안면도, 부산 등 출사를 다니며 관계에 깊이를 더해갔다. 페이스북 클럽 회원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황소연씨는 “서로가 피사체가 되어 말을 걸고 다독여 작품들을 끌어냈다”며 “갤러리에 걸린 한장 한장 사진 앞에 설 때면 관객들은 작가의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개월간 쌓여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살짝 갤러리에 들러볼 일이다. 문의 (02)765-1883.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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