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1 20:45
수정 : 2012.03.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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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딕 리포트 2012’전의 몽골팀 전시장 모습. 이수영 작가의 <풍장-풀과 바람의 장례>(가운데)와 리금홍 작가의 설치작품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등이 보인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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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딕 리포트 2012’전
‘오지’로 떠난 예술가 20명 체험
사진·영상·설치 등으로 풀어내
지난해 국내 젊은 작가 20여명이 남극과 몽골, 중국, 이란의 오지로 떠났다.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몽골 고비사막, 중국 남부 윈난성과 이란 산간 지방 마술레 계곡 등에서 노마드(유목민)로 살았다. 생존이 곧 생활인 낯선 오지에 유랑하면서 작가들은 어떤 경험과 영감을 쌓았을까?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이 지난달 22일부터 열고 있는 ‘노마딕 리포트 2012’전은 세계 곳곳의 극지, 오지 체험을 한 국내 작가들의 생생한 체험으로 엮은 전시다. 세계 각지에 이동식 작업실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진행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성과 보고전 격이다. 낯선 시공간에서 분투한 상상력의 열매들이 사진과 영상, 설치, 기록(소설), 퍼포먼스의 형태로 나왔다. 특정 장소에 정착하는 기존 레지던스와는 차별화한 작업들이다.
지난해 말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찾았던 팀들은 극지에서 과학과 환경, 생태를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스페인어로 ‘출구’라는 뜻의 ‘살리다’란 이름이 붙은 이 전시장은 형광등을 이용해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뿌옇고 하얀 백야의 분위기를 낸 것이 특징이다. 김용민 기획자가 남극 현지 일상을 기록한 글과 작가의 이미지가 담긴 종이 드로잉들이 입구 벽면을 장식한다. 광모 작가는 <빙하의 역사성>을 주제로 1만년 이상 된 수많은 빙하 층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빙하의 역사성을 상기시킨다. 김주연 작가는 남극의 이끼류 등을 사진으로 선보였고, 김승영 작가는 ‘낮도 밤도 아닌 남극의 24시’를 빙하 영상이 비치는 푸른 방으로 꾸몄다.
고비사막 초원 지대에서 작업한 몽골 팀(기획 박수진)은 현대화되어 가는 몽골 모습 위에 겹쳐진 삶과 죽음,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진 길을 모색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찰나생찰나멸’이라는 주제를 내건 이 전시장에는 관 모양의 길쭉한 나무 상자들을 끈으로 연결한 이수영 작가의 대형 설치작업 <풍장-풀과 바람의 장례>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인간과 모든 생명체가 삶과 죽음을 나누며 동료로 살아가는 몽골의 유목 문화를 담아냈다. 리금홍 작가의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는 몽골 특유의 겔 형태로 지은 푸른색 비닐 소재 집 속에서 성공과 부를 염원하는 현지인과 벌인 인터뷰를 영상으로 담았다. 14일까지. 23일부터는 중국팀과 이란팀이 전시에 나선다. (02)760-4850.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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