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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더 본 디스 웨이 볼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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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 음악다방 레이디 가가 ‘18금 공연’을 보고
10만명 공연장도 이것보단 잘 보였다
지난달 27일 열린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을 보고 쓴 기사(▷ 레이디 가가 “이게 18금 공연이다”)는 일반적인 공연 후기와는 성격이 좀 달랐다. 신문 문화면의 공연 후기 기사와 사회면의 사회적 논란 기사가 접목된 형태랄까. 모든 것이 서로 통하고 벽을 넘나든다는 ‘통섭의 시대’에 걸맞는 기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싶진 않다. 문화예술을 문화예술로 즐기는 대신 근엄한 도덕과 종교의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엄숙주의가 낳은 돌연변이인 것만 같아, 한동안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았다.
기대대로 레이디 가가는 거침이 없었다. ‘더 본 디스 웨이 볼 투어’에 청소년 금지 딱지를 붙인 유일한 나라인 한국에서 그는 “한국 정부가 내 공연을 18살 이상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공연이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주겠다!”라고 ‘똥침’을 날렸다. 하지만 말만 그랬지, 무대에 피칠갑을 하거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흉내내는 퍼포먼스를 한 건 아니었다. 그날 퍼포먼스의 수위만 놓고 보면, 국내 아이돌 그룹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 정도를 갖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나 하는 허탈감마저 들었다.
사실 공연장 밖에서 벌어진 광경이 더 유별나다면 유별났다. 사회부 후배 기자 얘기를 들어보니,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은 성경 속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유대인들이 적의 근거지인 여리고성을 일곱바퀴 돌아 무너뜨렸다는 대목을 따라하며 공연장 주변을 돌았다고 한다.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인데, 나는 이 또한 존중받아야 할 행위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누구나 퍼포먼스로 의사를 표현할 자유를 갖는다. 다만 자기 생각은 옳고 이날 공연을 즐기러 온 다른 이들의 생각은 옳지 않다고 무조건 강변하는 행위가 신의 뜻에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신은 그런 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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