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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29 15:25 수정 : 2012.05.29 16:26

상수·당인동에서 열린 ‘오월 어느날 축제’에서 라퍼커션이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썸데이피플 제공

[서정민의 음악다방] ‘오월 어느날 축제’에 다녀와서

서울 ‘홍대앞’은 내 주요 서식지다.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보고, 음악인들과 술잔을 부딪친다. 홍대앞은 불가사리 같다. 홍대 정문과 지하철 홍대입구역 주변에서 번창했던 유흥가는 점차 공영주차장이 있는 ‘주차장 골목’으로 번져왔다. 이곳도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제는 주차장 골목에서 합정역까지 주택가 골목 사이사이에 카페와 술집이 들어섰다. 갖은 쇠붙이를 먹어치우며 몸집을 불렸다는 전설의 동물 불가사리를 떠올린 건 이 때문이다.

지난 26일 오후 상수역 4번 출구에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26~28일 당인리 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 주변 상수·당인동에서 열린 ‘오월 어느날 축제’의 딸림 프로그램 ‘동네 한바퀴’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930년 준공돼 지금도 가동 중인 당인리 발전소 탓에 이 지역은 개발이 더디다. 고도제한이 있어 아파트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대앞 땅값이 미친 듯 뛰어도 이곳에선 강 건너 남의 집 얘기다.

상수·당인동에서 열린 ‘오월 어느날 축제’에서 팝 아티스트 강영민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썸데이피플 제공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이름난 ‘이리카페’가 지난 2010년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홍대앞 중심가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후 옮겨오거나 새로 문 여는 카페, 식당, 갤러리 등이 하나둘 늘어갔다. 어느덧 40여곳의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이 골목 사이사이 자리잡게 됐다. ‘오월 어느날 축제’는 이런 문화 공간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동네 잔치다. 지난해 처음 열렸고, 올해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규모를 더 키웠다.

“카센터를 고쳐 카페와 옷가게를 하는 이곳 바로 옆 벤치에선 늘 할머니들이 담소를 나누고 계세요. 전 이 풍경을 너무 좋아해요.” ‘동네 한바퀴’ 안내를 맡은 김남균 대표가 설명했다. 홍대앞 중심가에서 옮겨온 작은 갤러리 ‘그문화’ 대표이자 이번 축제 기획자다. 그는 축제에 참여한 40여곳의 공간을 돌며 하나하나 소개했다.

건축가와 출판인이 공동운영하는 독특한 공간의 ‘제비다방’, 방송 피디를 그만두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차린 엘피 음악 카페 ‘엘피애’, 멜튀김 같은 제주 토속음식을 내는 ‘탐라식당’,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문을 연 ‘카페 스톡홀름’, 봉제공장을 고쳐 레스토랑으로 바꾼 ‘슬런치 팩토리’…. 동네 토박이인 의성참기름, 광양사세탁소, 명성이발관, 성원여관 주인장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여관 주인 할머니는 말했다. “전에는 동네가 깜깜했는데, 지금은 환해져서 좋아. 노인네들만 있는 것보다 젊은이들과 부대끼는 게 좋잖아.”

상수·당인동에서 열린 ‘오월 어느날 축제’에 참가한 엘피 음악 카페 ‘엘피애’. 사진 썸데이피플 제공

사흘 내내 여러 공연·전시와 문화 행사가 이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작품사진 찍기, 핸드드립 커피 강좌, 자영업자를 위한 세무 강좌, 요가 수업, 커피콩으로 술 담그기, 네일아트 강좌 등이 열렸다.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마지막날 밤에는 ‘영원한 히피’ 한대수와 대화하는 자리도 있었다. 동네 부녀회가 연 거리 주점에도 늘 손님이 넘쳤다.

사람 사는 냄새에 취해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정신이 번쩍 든 건, ‘그문화’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던 팝 아티스트 강영민 작가의 말 때문이었다. “여기 참 좋죠? 그런데 이렇게 축제를 열고 기사를 쓰고 입소문이 나면, 언젠가 저쪽 홍대앞 중심가처럼 변해버릴까봐 걱정돼요.”

이 글을 쓸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 내가 안 쓴다고 숨겨질 것도 아니고, 이런 바람이나마 전하고 싶어 자판을 두드린다.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이 오래된 작은 레코드 가게를 밀어내는 식의 개발(‘베니건스’에 밀려나는 홍대 명물 ‘레코드포럼’)이 이곳만은 피해갔으면….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썸데이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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