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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량씨의 설치 작품 <나의 성스러운 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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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DMZ 프로젝트 2012’
노동당사·땅굴·월정리역 등
철원 접경지역 일대 곳곳에
비무장지대 다양하게 해석한
국내외 미술가 11명 작품 설치
서태지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 전쟁 때 폭격과 화재로 지붕은 날아가고 벽만 남아 서 있는 이 건물 앞에 요즘 정체 모를 물건이 자리잡고 있다. 얇은 철판을 선처럼 가늘게 잘라 만들었는데, 마치 닭장처럼 속이 들여다보이는 상자가 수레 위에 얹힌 모습이다.
철원은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온 곳이다. 한반도를 절단낸 비무장지대(DMZ) 전체 면적 중 3분의 1 정도가 철원을 관통한다. 철원은 저 옛날 궁예가 태봉을 세웠던 곳이자, 일제 강점기에는 철원역이 경성역(현 서울역) 다음으로 컸을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처참하게 파괴됐고 휴전 이후로 농사 이외에는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는 곳으로 군사 안보에 희생당해야 했다. 노동당사는 이런 철원의 역사를 상징한다. 전쟁 전 북한 땅이었던 이곳에 북한 공산정권이 1948년 당시로선 엄청난 규모의 노동당사를 지었던 것은 강원도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여서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철원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노동당사 앞 하얀 철제 구조물은 미술 작가 김량씨가 철원의 역사, 그리고 배경이 되는 노동당사의 이미지를 미술로 끌어들인 설치 작품 <나의 성스러운 처소>(위 사진)다. 수레는 철원 지역에서 벼농사에 쓰는 ‘모지게’를 활용한 것. 모지게는 벼 모판을 겹겹이 실어 나르는 도구로, 철원 사람들이 평생 쓰고 보는 물건이다. 한곳에 붙박이가 되어 멈춰 있는 회색빛 노동당사와 움직임을 상징하는 모지게가 함께 있는 모습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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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디르크 플라이슈만이 제2땅굴 마지막 지점에 샹들리에를 활용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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