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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29 20:16 수정 : 2012.07.29 20:16

작가 김량씨의 설치 작품 <나의 성스러운 처소>

‘리얼 DMZ 프로젝트 2012’
노동당사·땅굴·월정리역 등
철원 접경지역 일대 곳곳에
비무장지대 다양하게 해석한
국내외 미술가 11명 작품 설치

서태지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 전쟁 때 폭격과 화재로 지붕은 날아가고 벽만 남아 서 있는 이 건물 앞에 요즘 정체 모를 물건이 자리잡고 있다. 얇은 철판을 선처럼 가늘게 잘라 만들었는데, 마치 닭장처럼 속이 들여다보이는 상자가 수레 위에 얹힌 모습이다.

철원은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온 곳이다. 한반도를 절단낸 비무장지대(DMZ) 전체 면적 중 3분의 1 정도가 철원을 관통한다. 철원은 저 옛날 궁예가 태봉을 세웠던 곳이자, 일제 강점기에는 철원역이 경성역(현 서울역) 다음으로 컸을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처참하게 파괴됐고 휴전 이후로 농사 이외에는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는 곳으로 군사 안보에 희생당해야 했다. 노동당사는 이런 철원의 역사를 상징한다. 전쟁 전 북한 땅이었던 이곳에 북한 공산정권이 1948년 당시로선 엄청난 규모의 노동당사를 지었던 것은 강원도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여서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철원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노동당사 앞 하얀 철제 구조물은 미술 작가 김량씨가 철원의 역사, 그리고 배경이 되는 노동당사의 이미지를 미술로 끌어들인 설치 작품 <나의 성스러운 처소>(위 사진)다. 수레는 철원 지역에서 벼농사에 쓰는 ‘모지게’를 활용한 것. 모지게는 벼 모판을 겹겹이 실어 나르는 도구로, 철원 사람들이 평생 쓰고 보는 물건이다. 한곳에 붙박이가 되어 멈춰 있는 회색빛 노동당사와 움직임을 상징하는 모지게가 함께 있는 모습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독일 작가 디르크 플라이슈만이 제2땅굴 마지막 지점에 샹들리에를 활용한 작품
9월16일까지 철원 접경지역 일대에서 열리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2’는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철원에서 대규모로 펼쳐지는 미술행사다. 철원의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 코스인 제2땅굴, 노동당사,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등에 한국과 외국의 미술가 11명이 작품을 설치했다. 방문객들이 우연하게 미술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곳곳에 작품이 숨어 있다. 군사 대치의 긴장감을 실감할 수 있는 안보 관광지에 미술이 들어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묘하고 아련하다.

독일 작가 디르크 플라이슈만은 제2땅굴 마지막 지점에 샹들리에를 활용한 작품(아래)을 설치했다. 어둡고 축축한 땅굴 마지막 지점, 총을 든 병사 마네킹 앞에 샹들리에가 바닥에 놓여 반짝거린다. 작가는 “원래 샹들리에는 높은 공간에 있는 것이고,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이란 점에서 땅굴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라며 “예상치 못한 곳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설치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들여다봤다. 북한이 쓰는 독침 만년필 사진 등을 보여주는 전시장 사진 패널 사이에 전시물을 바라보는 방문객들을 찍은 사진을 집어넣었고, 모노레일 전망대 옥상에는 북녘을 바라보는 병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걸었다. 서로가 자기 모습은 숨기며 적을 최대한 바라보려는 이 지역의 특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김실비, 이주영, 황세준 작가와 아망딘 페노, 니콜라스 펠처, 사이먼 몰리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비무장지대를 각기 해석한 여러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안보 관광지 코스를 돌아보는 데는 3시간 정도가 걸리며, 개인 차량으로 돌아보면 입장료 1인당 4000원, 안보 관광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8000원이 추가된다. 매주 토요일에는 왕복 버스편과 점심을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1인당 3만원)도 따로 운영한다. 주말엔 개인차량 관람이 안 되고, 매주 화요일과 9월9일은 쉰다. 문의 (02)739-7068, (033)450-5558~9.

철원/글ㆍ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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