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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18 20:24 수정 : 2012.09.18 22:05

화가 김정헌씨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전시공간 ‘아트 스페이스 풀’ 안의 거울 앞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꿀꺽꿀꺽 낄낄낄’ 주연 김정헌 화가

유신 40년 6부작 미술 프로젝트 1부
‘파우스트’ 패러디한 1막3장 풍자극
젊은세대 위해 극본쓰고 연기도 해
“유신 평가, 당대의 우리가 해야죠”

화가 김정헌(66·서울문화재단 이사장)씨가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유신독재를 풍자하는 연극 <꿀꺽꿀꺽 낄낄낄-유신의 소리>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아트 스페이스 풀’의 전시공간에 올렸다. 유신체제를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를 위해 대본을 직접 쓰고 주연으로도 나섰다. 지난 8일 첫 공연에 이어 오는 22일 저녁 7시 두번째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17일 만났다.

“올해로 유신 선포 40년을 맞아 문화예술의 여러 분야에서 총괄적으로 유신독재를 조명하려고 했어요. 그 시대의 두렵고 어두웠던 기억을 젊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유신독재가 우리의 내면에 층층이 쌓여서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있고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풀 수 있도록 연극 퍼포먼스를 마련했지요.”

연극 <꿀꺽꿀꺽 낄낄낄-유신의 소리>는 미술전시공간 ‘아트 스페이스 풀’과 ‘스페이스 99’가 유신 선포 40년을 맞아 마련한 6부작 미술 프로젝트 ‘유체이탈’(維體離脫)의 1부 ‘국가의 소리’의 한 부분이다. ‘유체이탈’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김종길(미술평론가)씨, 김희진(대안공간 풀 디렉터)씨 등이 ‘유신체제를 벗고 떠나다’라는 뜻으로 기획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국가의 소리’에는 김정헌씨의 연극 공연과 함께 김씨의 그림들, 양아치 작가가 유신독재 시절의 불안과 공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비디오작품 <뼈와 살이 타는 밤>이 내걸렸다.

그는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정치적인 몫을 미술과 연극 등 여러 가지 형식으로 적극적으로 나눠보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현실주의 계열 미술작가들의 작업그룹인 ‘현실과 발언’(1980~90) 동인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 취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강제로 해임되었다.

그는 “1979년 유신독재가 무너지고 30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박정희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유신의 평가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당대의 살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 <꿀꺽꿀꺽 낄낄낄…>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패러디하여 박정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이승을 둘러보러 내려오는 내용의 1막 3장짜리 계몽적 풍자극. 전시와 연극 제목은 김정헌씨의 2003년 작 <박정희와 유신이 내던 소리>에서 따왔다. 그가 1~3장에서 메피스토펠레스와 박정희를 번갈아 맡고, ‘현실과 발언’ 창립회원 민정기(63) 작가와 영화감독·설치미술가로 활동하는 박찬경(47)씨가 상대역으로 나선다. 또 현장에서 관객들이 극중 역할을 맡기도 한다.

“전시회를 기획하던 그때 <파우스트>를 읽고 있었는데 문득 메피스토펠레스와 박정희의 혼령으로 유신독재 이야기를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유신독재 시절 사람들이 물고문당하며 내던 ‘꿀꺽꿀꺽’ 소리와 고문기술자들의 ‘낄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연극 제목으로 썼고요.”

 유신독재를 풍자하는 연극 의 공연 장면. 박정희 혼령으로 분한 김정헌씨(오른쪽)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로 분한 민정기씨(왼쪽). ‘아트 스페이스 풀’ 사진 제공
그는 “윤한솔 연출가가 ‘내 안의 박정희를 내버려야 한다’고 해서 배우까지 맡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연극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에서 항일군을 토벌하는 일본군 중위 시절부터 5·16 군사쿠데타 과정과 유신독재의 비화 등이 드러난다.

공연은 100호 그림 <유신이 내는 소리>를 비롯해 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 고 이소선씨, 민청학련 재판 등을 그린 6~10호 그림 3점 등이 내걸린 전시장 안과 밖을 이동하면서 진행한다. 전시장에는 “육화되어 자기 안에 들어와 있는 박정희와 유신을 보라”는 뜻으로 큰 거울도 내걸었다.

그는 “박정희의 독재와 냉전적인 사고가 알게 모르게 유전자로 전해지고 있다”며 “경제 살리기로 포장되어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유체이탈’ 전시는 1부 ‘국가의 소리’에 이어 2~6부가 12월19일까지 계속된다. 황세준·홍성담·최원준·지용일·이완씨 등 유신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20~60대 작가 18명이 참여한다. 22일 <꿀꺽꿀꺽 낄낄낄…> 연극은 무료이며, 선착순으로 40명 관객이 볼 수 있다. (02)396-480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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