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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8 20:18 수정 : 2012.10.18 20:18

거문고 앙상블 ‘거문고팩토리’의 이정석(왼쪽부터)·정인령·유미영·김선아씨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연습실에서 거문고를 앞에 놓고 연주 자세를 취해 보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거문고팩토리’

재미있는 악기란 것 알리고 싶어
맘껏 개량했다 국악계 비판 받아
가능성 인정한 워멕스서 20일 공연

2006년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소극장 블랙박스에서 거문고 연주와 그림자극이 결합된 ‘거문고 이야기를 만나다’라는 별난 공연이 열렸다. 거문고를 전공한 이 학교 전통예술원 졸업생 5명이 본디 길이 1m50㎝인 거문고를 1m로 줄여 만든 미니 거문고를 메고 나왔다. 이들은 직접 개량한 ‘담현금’을 허리에 매고 춤을 추며 연주했다. 젊은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원로 국악인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리고 2010년 10월 서울 국립극장. 세계 최고의 월드뮤직(주류 영미권 음악을 제외한 각 지역의 전통 음악 요소를 띤 음악) 박람회로 손꼽히는 워멕스(WOMEX)의 창립이사인 벤 맨덜슨은 이 젊은이들의 낯선 ‘월드뮤직’을 들었다. 그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했다.

“2006년 첫 창단 연주회 때 악기를 잘랐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욕을 먹었습니다. 원로 국악 선생님들이 ‘대체 뭣 하는 짓이냐’, ‘전통을 훼손했다’고 했어요. 저희는 거문고가 무척 매력있는 악기인데도 국악계의 비주류로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재미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리려고 직접 음악을 만들고 악기를 잘랐죠.”

거문고 앙상블 ‘거문고팩토리’의 대표 유미영(30·한예종 강사)씨는 “우리는 ‘거문고의 무한도전’을 위해 처음부터 욕을 먹을 각오를 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거문고팩토리라는 이름도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거문고로 무엇이든지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5명으로 결성한 뒤 현재는 거문고 연주자 3명(유미영·이정석·정인령)과 가야금 연주자 1명(김선아)으로 짜인 거문고팩토리는 17~20일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열리는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공식 시연회(쇼케이스) 공연작으로 선정되어 20일 800석 규모 홀에서 시연회를 한다. 유네스코가 “모든 형태의 월드뮤직을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국제 전문가 마켓”이라 평한 워멕스에서 한국 공연단체가 공식 시연회를 하는 것은 2009년 국악타악앙상블 ‘들소리’ 이후 두 번째다. 세계 98개국 1250개 연주단체가 참가하는 올해는 세계 850개 팀이 시연회 공연을 신청했으나 17개 팀만이 선정되었다. 거문고팩토리는 2010년 발표한 공식 음반 <메타모퍼시스>(신나라)에 수록된 7개 창작곡을 40분 정도 들려줄 예정이다. 전통 6현거문고와 가야금을 비롯해 자신들이 개량한 6현담현금, 9현담현금, 전자담현금, 10현거문고, 실로폰거문고, 첼로거문고 등을 이용해 전통 가야금 산조와 록, 포크, 탱고 등 다양한 음악장르를 녹인 현대 거문고 음악을 선보인다.

“거문고는 예부터 ‘선비의 악기’라는 예악사상 덕분에 천년 세월 동안 한결같은 모습을 지녀왔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을 위해 거문고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연주법도 가느다란 대나무 술대로 줄을 쳐서 소리를 내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피크’나 ‘활’로 긁거나 두드리는 방식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거문고팩토리의 청일점 이정석(30)씨는 “끊임없는 변신을 추구하지만, 음악적 바탕은 우리의 전통음악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거문고팩토리는 2008년 백남준·김종기·안기옥 등 고음반에 남아 있는 명인들의 연주를 악보로 채보해서 ‘잊혀진 거문고 산조의 명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연주하고 악보집(민속원)과 음반(지구레코드)으로 냈다. 그러자 국악계의 시선도 달라졌다.

정인령(29)씨는 “저희에게 굉장히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유일한 가야금 연주자인 김선아(27)씨는 “우리 구성원들이 다들 국악 이외의 장르도 좋아한다”며 “그런 음악적인 배경이 자연스레 전통 음악에 녹아들어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문고팩토리의 무한 변신과 도전은 워멕스 시연회에 이어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6일 독일 브레멘을 거쳐 11월엔 폴란드, 12월 콜롬비아 초청공연으로 이어진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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