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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스틸 조각 <큰 나무와 눈>. 반짝이는 금속 공 표면에 비치는 이미지들은 삶과 죽음, 현실과 신화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드러낸다. 리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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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움미술관서 전시회
원이나 구, 평면으로 구성
사물과 삶의 근원 통찰해
야외 설치 ‘큰 나무와 숲’
73개 공으로 릴케 시 연상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58)의 전시가 내년 1월27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다.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푸어는 회화부터 대형 공공미술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늘 극도로 간결해서 강렬한 형태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회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이며, 초기 회화부터 최근의 거대한 조형물들까지 그의 30년 작품을 망라하고 있다.
■ 동양과 서양 사이, 그리고 물질의 근원 카푸어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작가로 성장했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 문화권 모두를 아우르는 동시에 자기만의 고유한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도에서 열아홉 살까지 살다가 영국으로 이주해 미술을 전공한 카푸어는 1979년 학업을 마친 뒤 3주 동안 조국 인도를 돌아본 여행이 자기 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삶과 철학, 종교가 융합된 인도의 모습이 그에게 비로소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후 카푸어는 인도의 안료를 활용하는 작품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독특한 조형 작업으로 명성을 얻어나갔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근원’을 느끼게 하는 힘이다. 그가 빚은 형태들은 원이나 구 또는 기본적인 평면들로 아주 단순한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초월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미술 작품들이 그렇지만 카푸어는 특히 직접 작품을 대면하면서 몸으로 느낌을 받아들여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작가다.
이처럼 형태의 근원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면서 재료 자체의 물성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물질의 근원 또한 강조된다. 유리 섬유나 안료 등으로 작가만의 표면을 만들어내 깊게 빨려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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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무제> 앞에 선 아니시 카푸어. 리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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