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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4 20:21 수정 : 2012.11.04 20:21

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아르스 노바’ 시리즈 연주회에서 페테르 외트뵈시의 지휘로 소프라노 서예리와 서울시향 단원들이 리게티의 <마카브르의 신비>를 연주하고 있다.

리뷰 l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두차례 공연에 역대 최다관중 기록
진은숙 감독 기획력·단원열의 빛나

서울시향이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청중에게 동시대 작곡가들의 새로운 음악을 소개해온 지 7년. 청중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꾸준한 노력이 어느덧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과 3일, 헝가리와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진 두번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 음악회는 역대 최다 청중을 동원하며 현대음악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공연의 경우, 객석 규모가 476석으로 작은 편이긴 했지만 아르스 노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도 전체 객석 2300여석 중 3분의 2 이상이 채워졌다. 지난 5월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아르스 노바’ 연주회와 비교하면 객석점유율이 두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는 현대음악의 주류에서 활동해온 진은숙 ‘아르스 노바’ 예술감독의 기획력에 서울시향 단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스타 연주자 섭외, 관객 교육 등 다방면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번 ‘아르스 노바’ 시리즈의 경우 흥미롭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과 다소 어렵지만 동시대 예술의 최신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들로 적절히 구성했고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유명 연주자를 협연자로 세워 청중의 관심을 유도했다. 또한 연주회가 시작하기 40분 전부터 진은숙씨가 직접 곡에 대해 설명해 청중의 이해를 높였다.

1일에는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주로 소개됐다. 서울시향이 위촉한 젊은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 <팝업>에서는 바이올린 주자들이 어깨 위에 악기를 얹고 활로 긋는 대신, 악기를 기타처럼 들고 손톱으로 현을 긁어 내리는 새로운 주법을 만날 수 있었다. 또다른 곡인 진은숙의 <스내그스 앤 스날스>에서는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로 잘 알려진 프랑스 민요 선율이 익살스러우면서 그로테스크하게 패러디됐다. 소프라노 서예리는 우아한 드레스 대신 검정색 가죽 치마와 가죽 부츠, 독일 장교 모자를 착용하고 나와 풍자적인 어조와 과장된 제스처로 리게티의 <마카브르의 신비>를 연주해 큰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냈다. 청중은 낯선 모습과 독특한 음향에 흥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3일 공연은 규모가 크고 좀더 무게감 있는 곡들로 구성됐다. 리게티의 <루마니아 협주곡>, 쿠르타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새로운 메시지’>와 더불어 페테르 외트뵈시의 <첼로 콘체르토 그로소>와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됐다. 두 곡의 협주곡은 청중에게 잘 알려진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협연을 통해 편안하게 접근하려 한 듯했다.

양일 모두 현대음악의 거장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외트뵈시의 말끔한 해석과 안정감 있는 지휘에 바탕해, 협연자와 서울시향 단원들 모두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특히 김선욱은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피아노 건반을 마치 타악기처럼 두드리며 엄청난 에너지로 곡을 장악했다. 현대음악 연주에서의 높은 잠재력을 보여준 그는 연주가 끝난 뒤 땀으로 흠뻑 젖은 채 기립박수를 받았다.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는 낯선 현대음악도 제대로 된 기획과 연주를 바탕으로 소개된다면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현대음악 연주를 멀리해 온 연주자들이나, 곡을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온 동시대 작곡가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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