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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_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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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주제 ‘카타스트로폴로지’전
불안한 일상 내재화된 현대사회
재난이 감각을 어떻게 바꾸는지
음산한 영상에 충격적 모습 비춰
온통 새하얀 방, 어디선가 검댕이 날아와 커튼이며 벽에 검정 자국을 남기기 시작한다. 검댕이 점점 더 많이 날아들면서 방은 어느새 시커멓게 변해가는데, 방 안의 여자는 무신경하게 차를 마시고 기지개를 켜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저 여자는 자기 방이 오염되어 가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하는 걸까?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카타스트로폴로지’ 전시장에는 서늘하고도 음산한 묘한 기운이 감돈다. 회화와 조형, 영상이 어우러지며 뿜어내는 그 느낌은 무채색에 가깝다. 그것도 밝은 하양이 아니라 회색이나 검정조의 어둠이 주를 이룬다. 전시 제목 ‘카타스트로폴로지’가 의미심장한데, 실은 전시를 기획한 독립큐레이터 조선령씨가 ‘재난’ 또는 ‘파국’을 뜻하는 ‘카타스트로피’에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곧 ‘재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처럼 이 전시는 ‘재난’이란 주제 의식으로 작품들을 모았다. 조 큐레이터가 재난을 전시의 모티브로 삼은 것은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이 계기였다고 한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차원이 훨씬 더 큰 ‘재난’은 어느 개인의 죽음이나 고통을 넘어서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의 붕괴를 암시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재난이란 결코 지진이나 전쟁만은 아니다. 전염병, 테러, 환경 오염처럼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들이 다양해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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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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