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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자씨가 데뷔 50년을 기념해 연극 <19 그리고 80>을 공연한다. 6일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만난 그는 “연극인생 50년을 돌아보면 극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고, 관객들에게 박수받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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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때부터 140여편 연기
“날 여기까지 오게 한 건 관객 덕
하나부터 열까지 고맙고 감사해”
50년 기념작품 ‘19 그리고 80’
88석뿐인 삼일로창고극장 공연
“80살까지 이 연극은 하고 싶어”
‘데뷔 50년’ 기념 공연하는 박정자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 쏘는 듯한 강렬한 눈빛. 누구든지 그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쉽게 잊을 수 없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갖춘 카리스마의 배우 박정자(70)씨가 올해로 연극인생 50년을 맞았다. 이화여대 신문학과 2학년 시절 문리대 연극반에서 장 밥티스트 라신(1639~99)의 비극 <페드르>에 시녀 ‘파노프’ 역으로 출연한 것이 연극 무대와의 첫 인연이었다. 이후 <굿나잇 마더>, <신의 아그네스>, <위기의 여자>, <대머리 여가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140여편의 연극에서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펼쳐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벅차게 살아온 것 같아요. 연극 관객이 없으면 내 존재도 없는 거예요. 관객이 나를 여기까지 오도록 도와주고 지켜주고, 나를 지탱할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을 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관객에 대한 고마움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박정자씨는 “50년을 돌이켜보면 관객들로부터 박수받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책 한 권을 건넸다. 후배 연극인들이 그의 연극 인생을 한국 연극사 속에서 조망한 <박정자와 한국 연극 오십년 1962~2012>(안치운·노이정·조경아 지음)이다.
그는 데뷔 50년을 기념해 연극 <19 그리고 80>을 14일부터 서울 명동성당 옆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 올린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콜린 히긴스(1941~88)가 1971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자살에만 관심이 있는 19살 청년 ‘해럴드’와 그에게 삶의 지혜와 희망을 가르쳐 주는 80살 할머니 ‘모드’의 우정과 사랑, 이별을 다룬 작품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영화와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져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연극을 1986년 국내 초연에서 처음 보고 나이가 들면 꼭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2003년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주인공 모드로 출연했다. 그리고 2004년과 2006년 재공연, 2008년 뮤지컬로 공연했다. 5번째 무대인 이번 공연에도 직접 제작자로 나선다.
그는 “50년 동안 많은 작품을 했지만 <19 그리고 80>이야말로 가장 매력 있고 내 나이에 맞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80살까지 이 연극만은 꼭 하고 싶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역할까지 해야 하니까 아이 낳는 것보다 더 힘드네요. 그런데 80살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거기서 모드가 빨리 오라고 날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그는 “80살 할머니 모드는 나의 롤모델”이라고도 했다. “모드는 사랑스럽고 지혜로워요. 무소유를 실천하는 환경운동가예요. 시청 앞에서 스모그와 매연에 질식당한 나무를 뽑아다가 공기 맑고 햇볕 좋은 데 심어주고, 동물원의 물이 너무 더러우니까 바다표범을 자기 집에 데려다가 목욕시켜서 바다에 풀어주죠. 자기 소유는 아무것도 없어요. 저도 연극 무대에서만은 그렇게 살고 싶어요. 무소유, 무공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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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와 연극 <19 그리고 80> 해럴드 역의 조의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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